메뉴 건너뛰기

DSC_0325.JPG




믹스마스터클래스 후기

안녕하세요. 믹스마스터클래스 1기 수료생 박재식입니다.
저는 83년생으로, 현재 서울 마포구에서 스윗사운드라는 이름으로 소규모 렌탈업을 하고 있으며 몇몇 밴드와 국악팀의 음향감독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또한 브라질 삼바 밴드에서 노래와 퍼커션 연주를 하며 팀을 이끌고 있습니다.

음향공부를 대학이나 정규교육과정에서 배운게 아니고 어깨너머로 배우고 주먹구구로 하고 있다는 생각에서 여러 배움의 기회를 찾던 와중에 믹스마스터클래스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중학생 시절 처음으로 음향을 공부하게 됐던 때, 처음으로 접한 책이 음향시스템핸드북 입니다. 그 후로 몇권의 책을 더 읽었지만 많이 읽지는 못했습니다. 공학도 출신이 아니고 기초수학, 물리 등이 많이 부족한 제가 읽기는 어려운 책이 많았습니다. 참가했던 유명 엔지니어들의 실전 상업믹싱 세미나와 교육들은 음향산업에 대한 지식은 늘렸지만 사실 제 실력이 늘게 해주진 않았습니다. 그 후 유명한 선생님의 그룹 음향레슨도 받아보았는데 기초적인 물리음향을 이해하는 것이나 레코딩이나 마이킹에 대해서 몇가지 기초 방법이나 기술을 익히는데 도움이 되었지만, 믹싱에 대한 실제 노하우나 원리 등을 전수받진 못했습니다.

믹스마스터클래스는 그 이름처럼 "믹스"에 대한 기대를 가지게 했었고 교육내용도 "믹스"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서 제가 주먹구구로 하고 있던 딱! 그 지점을 건드려주었습니다.

미국으로 떠나는건 쉬웠습니다. 의지가 넘치면서 돈이 없어도 날짜를 몰라도 일단 예약을 하고 아주 소액을 입금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예약을 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손에 잠시 들어온 목돈을 에라 모르겠다 하고 클래스 참가비로 넣어버렸습니다. 빼도 박도 못하게 말이죠. 물론 비행기표 살돈은 없었습니다. 나중에 일단 카드로 긁게 되었죠. 하하. 어쨌든 그렇게 일을 치고 말았습니다. 개인사업자여서 월급도 누가 주지 않고 거래처도 거의 없는 저는 미국 다녀와서 겨울을 맞아 집에서 팽팽 놀며 빚더미에 앉게 되었습니다. 원래 그럴 처지였지만 미국 다녀온 영향도 크죠. 그래도 추천합니다. 왜 그럴까요?

믹스마스터클래스에 가기전 저는 미국에 다녀오면 "믹스왕"이 될거라 기대했습니다. 물론 1주일 뿐인 기간에 대한 의심은 종종했었죠. '왕이 되긴 좀 짧은데? 될까...?' 결론은 안됐습니다. 하지만 우린 거의 100시간동안 음향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소리를 듣고 작업을 했습니다. (대학 한학기 동안의 전공수업 한과목이 45시간이죠.) 잠자는 6시간을 빼면 밥을 먹다가도 음향 얘기, 차를 타고 가다가도 음향 얘기... 저는 가끔 사모님 눈치가 보였습니다. 밥 잘먹고 식탁에 둘러 앉아 디저트를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어느새 음향에 대한 질문, 문제, 답변, 토론, 수업이 진행됩니다. 융복합 시대의 일상과 수업입니다. 제가 사모님이었다면 "또 시작이네..." 했을 것 같습니다.

이론 수업은 믹싱론 시간 외에는 따로 없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궁금한 것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설명이 될때까지 새벽 2시, 3시 계속 갔습니다. 너무 무지하면 질문할 것도 없는 것 아시죠? 제가 그렇습니다. 너무 오랜 시간동안 모른채로 일하고 그냥 덮어두고 살다보니 궁금해하질 않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옆에서 동기분들이 질문을 계속 합니다. 그래서 저는 좋은 수업을 많이 들었습니다. 그 질문의 답이 제 공부가 되고 제가 뭘 모르는지 알게 해주니까요. 이것이 이론 공부를 대신하였습니다. 선생님을 괴롭히고 뽕을 뽑기로 작정하실 분이 계시다면 '음향시스템핸드북'을 읽으면서 질문을 따로 저장하세요. 아니면 책 자체에 표시를 해두고 책을 가져가시면 엄청난 폭탄이자 진상학생이 되겠지만 이건 뭐 두번 다시 없는 기회가 될 것입니다. 선생님은 뼈만 남겠지요... (천기누설인가요...?ㅎㅎ)

저의 경우 모르는 것 빼고 다 안다고 생각하는데, 물론 모르는게 참 많습니다. 사실 몰라도 큰 지장이 없었기에 지금까지 모르는 것일 지도 모릅니다. 근데 더 문제는 아는 것들입니다. "확실하게" 아는 것이 별로 없습니다. 주워들어서 틀린 부분 없이 남들에게 "정확한 설명이 가능할 정도"로 확실히 아는 것 말입니다. 선생님을 보면서 그렇게 알아야겠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질문 위주의 대화에서 그런 부분,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클래스. 클래스는 완전히 실습 위주였습니다. 참 좋았는데... 참~ 좋았는데 '실습'인걸 어찌 글로 설명할 수 있을까요?

설명이 될진 모르겠지만, 우린 "믹스"를 했습니다. 클래스에선 믹스를 하거나 믹스한 걸 듣거나 믹스하는걸 보거나, 다 도움이 되는것 같습니다. 미국에 가기 전에 (일찌감치 미국행을 결정하고 신청을 한다면) 미리 믹스 숙제가 주어지고 몇 번의 믹스를 하게 됩니다. 이 몇 번의 믹스를 하는 동안 믹스 연습의 필요성을 알게 됩니다. 아무 것도 안배우고 그냥 주어진 멀티소스를 통해 몇번 하는 동안 좋아집니다. 연습하기 좋은 여러 다른 상황들의 멀티소스로 믹싱을 하면서 변화를 살짝 느껴봅니다. 그러나 이건 시작에 불과하구요. 미쿡에서 클래스를 하면 Mix.... "섞는 법"을 배우게 됩니다. 요리를 하는데 감자에 소스가 스며들게 하는 법 같은거 말입니다. 감자와 간장이 들어있는 요리가 아니라 감자에 간장이 스며들게 하는 법. 소뼈와 물과 면이 들어있는게 아니라 육수를 내고 냉면에 육수가 스며들게 하는 노하우, 그리고 개별 재료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요리를 보는 그런 것들.... 요거... 설명이 어렵습니다. 믹스 누구나 다 하는 겁니다. 근데 이거 말로도 사실 설명이 쉽습니다. "밸런스 좋게 잘 믹스하는거죠." 근데 그게 뭐냐 이 말입니다!!! 그게 뭔질 설명할수가 없어요... 다녀오셔야 답답한게 풀립니다..

믹싱룸은 프로툴, 로직, 아날로그 믹서, 노트북&헤드폰 믹스를 로테이션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툴은 거기서 거기니까 프로툴 못다뤄서 로직 못다뤄서 걱정은 안하셔도 될겁니다. 프로툴이나 로직, 큐베이스 등 아무 DAW에서나 새프로젝트 열고 채널에 EQ하나 넣을 정도 실력이면 됩니다. 클래스에서는 어차피 기본 플러그인만 쓰고 게이트, 컴프, 이큐, 리버브1개만 썼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아날로그 믹서를 쓰는 '마이다스룸'에서의 믹싱을 할 때 도움이 많이 됐던것 같습니다. 게이트와 컴프는 공연음향 일을 하면서 디지털 콘솔에서 늘상 쓰는 이펙터 입니다. 물론 어렸을 때 일했던 공연장에는 아날로그 장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쓰는 법을 제대로 배운적이 없었습니다. 게이트와 컴프로 음색에 관한 작업을 하는 것을 말로 배운적은 있습니다. 실습이 아니었으니 제것이 전혀 되지 않았죠. 게이트와 컴프에 관해서 머리속에 새롭게 알게 된 후 마이다스룸에서 화면을 보지않고 아날로그 게이트와 컴프의 노브들을 손가락으로 돌리면서 그 변화들이 확확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나서는 메인믹스룸에서 작업을 할때도 늘 콘트롤러의 노브를 이용해서 작업을 했습니다. 눈으로 화면을 보는 것보다 귀에 의존하려면 노브를 이용해서 작업하는 것이 소리에 집중하는 것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마우스로 작업하면 필연적으로 화면을 보면서 눈으로 작업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생활비도 없는 와중에 콘트롤
러를 사야 한다는 병이 생겼습니다. 하하...)
주로 팝 장르의 리듬파트로 실습을 했습니다. 드럼톤을 어떻게 만드는게 좋을지, 베이스와의 밸런스를 만드는 법, 듣는 법... 이건 설명불가. 설명할 수 있을 정도로 제 것이 되지 않았다는 거겠죠? 하...

다른 사람들의 믹싱을 듣고 이렇다 저렇다 평하는 것도 도움이 됐구요. 모두 감독님들 대표님들이기에 평소에 진짜 하기 힘든 기술의 공유였다고 생각됩니다. 남들이 제 믹스에 대해서 이야기해주는 것에서 저는 몰랐던 제 습관과 지향을 알게되구요. 그치만 우리 문화의 특성상 편히 말하는게 쉽진 않아 조심스러웠지만 그런 모임을 갖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상업믹스 시간에 선생님이 원소스들을 가지고 믹스해 나가는 과정을 보게되기도 합니다. 이것도 진짜 도움이 많이 됩니다. 기존 세미나들은 믹스해놓은 프로젝트를 열어서 보여주죠. 그것을 가지고 에피소드를 듣는 것도 좋은 기회라고 많이 모이잖아요? 저 같은 무지랭이는 그걸봐도 큰 도움이 안됩니다. 현업에서 앨범 믹스작업을 해나가고 있는 사람이 보면 다른 시각을 가지고 볼지도 모르지만 저에게는 그랬습니다. 헌데 프로가 눈앞에서 아무것도 없는 프로젝트부터 시작해 믹스를 해나가는 것을 보는 것은 저같은 수준에게도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작업 순서, 과정, 의도, 소리 등을 다 알 수 있고 설명과 질문도 모두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또 그걸 자기 것으로 만들기 위해 실습은 계속됩니다. 로테이션에서 만들어진 쉬는 시간에도 선생님과 이야기를 하거나 TV를 보거나 그러지 않으면 딱히 할게 없습니다. 아무것도 안할 때 또 헤드폰끼고 프로젝트를 하나 열기도 합니다.

결과적으로 어찌되었냐 하면... 믹싱에 대한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물론 작업 성공률과는 별 상관이 없을것 같습니다. 이걸 연습을 통해 제가 언제 어디서든 써먹을 수 있는 숙련의 과정이 필요하겠습니다. 지금 딱 이 수준입니다. 제가 어떤 연습과 노력을 해야하는지 손가락으로 방향을 짚을 수는 있게 된 것, 그리고 그걸 어떻게 하는지, 바로 할 수도 있게 된 것. 바로 그 것이 소득입니다. 다르게 말하면 믹스하는 법을 알게 된 겁니다! 언젠가는 '잘' 할 수도 있겠지요. 많은 분들이 가기전에 말씀해 주신 것처럼 뭘 어떻게 해야할지를 모르는 그런 막막한 시간들을 줄일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믹스왕"하고는 멀어도 한참 멀지만 이 정도면 아주 만족할만한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혼자서도 뭔가를 연습하고 할 수 있게 된거죠. 주워듣는 이야기들로 헛다리 짚고 새로운 이론 만들지 않고 말이죠. 그리고 이젠 선생님이 계시니까 막히는 부분은 묻고 계속 점검도 받아갈 수 있습니다.

음향공부 외에도 미국에 있는 동안 참 많은 생각들, 많은 경험들을 했습니다. 1기 대부분은 좀 오래있었거든요^^ 거의 3주 동안 선생님 내외분과 생활하면서 참 즐겁고 유쾌하고 여유로왔습니다. 격이 없는 관계에서 선생님께 배움의 기회를 갖는다는 것도 좋았고 두 분이 협력해서 함께 일을 꾸려나가는 것을 보면서도 참 대단한 파트너쉽이라 느꼈습니다. 사모님께서 함께 하지 않으신다면 이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먹고자고 공부하는 것을 다 뒷바라지 한다는게 힘들겠지요. 일이 많으셨을텐데 늘 웃는 모습만 본 것 같습니다. 수고하셨고 감사합니다. 그리고 처음엔 늘 사회성이 많을 걸로 오해를 받지만 그다지 사회성 없는 저의 밑바닥을 저도 많이 보았고 동기분들에게도 많이 드러냈습니다. 돌아와서까지도 참 생각이 많았습니다. 제 모습에 계속 힘들어하기도 했구요. 저를 포함해 누구하나 비슷하거나 평범한 사람이 없고 계속되는 공동생활에 서로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상황이었습니다. (이를테면 너무 피곤한데 모두가 코를 골아서 몇 주 동안 과도한 수면 부족에 시달리는 사람이 있다던지...) 그런 상황속에서 제가 얼마나 편협하고 고집불통인지 누구도 말은 안했지만 제가 드러내고 다니는 것을 깨닫기도 했구요. 함께 긴시간 여행도 하고 하다보니 참 다양한 일이 있었는데 제 모습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제가 그러는 동안 옆에서 힘들었을 동기 감독님들께 죄송했다는 말씀 (쑥스러우니 여기서 요렇게라도) 드리고 싶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미국행과 투어에 대해 조언도 해주시고 자료도 제공해주신 소찬영 대표님을 비롯해 이런 일들의 밑거름이 되어주신 장음샵 운영진 분들께도 감사의 말씀드립니다. 그리고 앞으로 믹스마스터클래스 예비 참가자인 회원분들... 이 정도면 가실만 하지 않나요? ^^ 안가시면 저는 상대적으로 우월해져서 좋습니다만ㅎㅎ 가셔도 제가 득보는 것도 없고 생기는 거라곤,,,,, 후배?ㅎㅎ 그래도 계속 이러는건 좋은건 함께 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강추합니다.

박재식 Jerry.
스윗사운드 실장.
믹스마스터클래스 1기 수료.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