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다한 읽을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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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세계 게이머 10만 명 끌어들인 비결은 생생한 그래픽과 타격감

Author
장호준
Date
2009-03-18 17:32
Views
1675
알려진 건 ‘변해준’이란 이름과 ‘경기도 화성에 사는 30대 게임 개발자’란 사실뿐이었다. 이달 초 인터넷을 들썩이게 한 애플 ‘앱스토어’ 대박 신화의 주인공 이야기다. <본지 3월 5일자 E1면>
그가 개발한 아이팟·아이폰 용 게임 ‘헤비 매크(Heavy Mach)’는 지난달 28일 앱스토어 유료 다운로드 순위 5위를
기록한 이래 17일 현재까지 톱 10에 머물며 선전하고 있다. 총 다운로드 횟수가 10만 회를 넘어 지금껏 약 10만 달러(약
1억4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사용 후기에 해당하는 댓글만도 800여 건이 달렸다.



여러 경로로 수소문한 끝에 변해준(37·右)씨와 그의 작업 파트너인 그래픽 아티스트 박재철(36·左)씨가 NHN의 게임 자회사 ‘엔플루토’ 직원임을 알았다. 16일 그 회사가 있는 경기도 분당의 한 찻집에서 이들과 마주앉았다.


사람은 전국적 관심의 인물이 된 것이 영 쑥스러운 듯했다. 언론 노출을 꺼린 것도 그 때문이라고 했다. 하지만 막상 게임 개발
이야기가 화제에 오르자 표정이 달라졌다. 좋아하는 장난감을 자랑하는 어린애의 얼굴처럼 생기가 돌았다. 앱스토어에 도전한 동기를
물었다. 짤막한 답이 돌아왔다. “재미있으니까요.”

◆30대 가장 둘, 100일 장정 나서다=변씨가 앱스토어 공략을
시작한 건 지난해 9월. 아이팟용 게임 개발법을 터득한 뒤 시험 삼아 만든 작품 두 건을 올렸다. 관심을 끌긴 했지만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었다. “부족한 게 뭔지 곰곰이 따져봤죠. 답은 그래픽이더군요. 지구촌 네티즌들은 게임 성능만큼이나 완성도 높은
그래픽을 중시한다는 걸 깨달았어요.” 변씨의 말이다. 실제 앱스토어에는 프로그래머 혼자 작업한 탓인지 비주얼이 엉성한 게임이
많았다. 그래서 실력 있는 그래픽 아티스트와 손잡기로 했다. ‘영입 1순위’는 정교한 메카닉 디자인과 사실적 그래픽으로 이름난
동료 박씨였다. NHN 캐주얼게임그룹(현 엔플루토)의 2003년 입사 동기로 둘은 이미 여러 번 손발을 맞춰 본 사이였다.
박씨는 흔쾌히 제안에 응했다. 때는 지난해 10월 말, 토론과 작업으로 날샌 100여 일간의 대장정이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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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선택한 아이템은 탱크의 대포로 목표물을 맞추는 슈팅 게임. 박씨는 “완성도 높은 그래픽과 강렬한 타격감(포탄이 목표에
명중했을 때의 쾌감)을 승부 포인트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회사 차원이 아닌 개인 프로젝트인 만큼 여가를 최대한 활용키로 했다.
변씨는 퇴근 후 저녁 8, 9시부터는 무조건 애플PC 앞에 앉았다. 새벽 한두 시까지 일하는 건 보통이었다. 스스로 정한
작업량을 끝내지 못하면 잠자리에 들지 않았다. 아내는 주말마다 8, 6세인 두 아들을 끌고 밖으로 나갔다. 남편의 작업 시간을
최대한 확보해주려는 배려였다.

박씨에겐 특별한 사정이 있었다. 지난해 6월 쌍둥이 딸을 얻은 것이다. 귀가 후엔
지친 아내를 위해 육아를 도왔다. 대신 오전 5시에 사무실에 출근해 정규 근무시간 시작 전까지 작업에 몰두했다. “그래픽
완성도를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수준까지 끌어올리고 싶었어요. 30개 스테이지(진행 단계)의 배경 그래픽을 모두 색다르게
표현했죠.”

2주간의 최종 테스트 후 지난달 10일 앱스토어에 작품을 올렸다. 반응은 좋은 편이었으나 기대만큼은
아니었다. 완성도에 자신이 있었기에 무슨 문제는 없는지 살폈다. 2.99달러라는 사용료가 다소 부담이 되는 듯싶었다. 28일
다운로드비를 0.99달러로 확 낮추는 결단을 내렸다. 마침 같은 날 앱스토어가 헤비 매크를 추천 콘텐트로 선정했다. 먼저
사용해본 네티즌은 ‘정말 재미있다’ ‘돈이 아깝지 않다’는 댓글로 응원했다. 25일 마침내 다운로드 순위 5위에 올랐다. 한국
개발자가 앱스토어에 올린 작품 중 처음 ‘빅5’에 드는 개가를 올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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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력보다 실력, 환경보다 열정=국경 없는 경쟁에 뛰어들어 당당히 실력을 입증했지만, 고교 시절 변해준씨는 부모 속을 무던히
썩였다. “게임 개발에 빠져 학교 공부는 팽개치고 PC에만 매달렸거든요.” 전문대 전자과에 들어갔지만 꿈은 하나, 실력 있는
게임 개발자가 되는 거였다. 군 복무 후 2학년에 복학했다가 곧 자퇴했다. 그가 PC통신 ‘나우누리’에 올린 게임을 본 한
개발업체에서 채용 제의가 온 때문이었다. 이후 여러 게임업체에서 실력을 쌓은 그는 2002년 한국HP가 개최한 PDA용 프로그램
경진대회에서 게임 부문 우수상을 받았다. 앱스토어와 유사한 온라인 콘텐트 시장인 ‘한당고(www.handango.com)’에
게임을 올려 4000만원의 수익을 거둔 것도 그 무렵이다. 변씨는 “당시 경험을 통해 온라인 콘텐트 시장의 위력을 실감했다.
실력만 있으면 세계를 무대로 꿈을 펼칠 수 있음을 깨달았다”고 회고했다. 부모의 눈길도 달라졌다. 얼마 전 변씨 맏아들의
초등학교 입학식에 온 아버지는 손주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이렇게 말했단다. “너도 뭐든 좋아하는 일을 하렴. 네 아빠처럼 말이다.”


재철씨는 경북 경산 출신으로 경북대에서 시각디자인을 공부했다. 2000년 애니메이터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그의 그래픽이
실사(實寫)처럼 정교하고 박진감 넘치는 건 애니메이터 시절 쌓은 내공 덕분이다. “고교 2학년 때에야 미술학원에 갔어요. 입시
준비가 상당히 늦은 셈이죠.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잘된 일 같아요. 틀에 박히지 않은 저만의 표현법을 기를 수 있었으니까요.”


사람은 이미 제2, 제3의 헤비 매크를 구상해 놨다. 이들은 “앱스토어 도전은 일이라기보다 놀이”라고 말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오직 게임 그 자체만 생각할 수 있기 때문이란다. 돈도 좋지만 더 큰 보상은 성취감인 듯했다. “세계 100여 개국
네티즌이 우리 게임을 즐긴다는 사실이 믿기질 않는다”며 웃음지었다.

글=이나리 기자, 사진=김도훈 인턴기자


애플 앱스토어=‘애플용 애플리케이션(응용프로그램) 시장’의 줄인 말. 애플의 아이팟·아이폰에서 쓸 수 있는 콘텐트를 팔고 사는
온라인 장터다. 지난해 6월 문을 열었다. 현재 등록 콘텐트 수는 약 5만 개에 이른다. 국적·소속·나이에 관계없이 99달러의
연회비를 내면 자신이 개발한 프로그램을 장터에 올릴 수 있다. 수익은 애플과 개발자가 3대7로 나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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