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중국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 국제컨벤션센터 1층에서 만난 중산(中山)시 카이위안(開元)조명의 조명디자이너 천구이량(陳桂良). 발광다이오드(LED) 조명 디자인이 전문인 그는 프랑스의 세계적 예술조명 디자이너인 알랭 귈리오 의 강의를 듣고 나오는 길이라고 했다. “도시를 살리는 것도, 죽이는 것도 조명 디자이너 손에 달렸다는 내용에 감명받았다”고 했다.

8~11일 국제조명전람회 기간 중엔 천 같은 중국 조명 디자이너와 엔지니어 1700여 명이 10여 차례 열린 LED 조명기술 관련 포럼을 열심히 누볐다. 이들은 LED 조명대국으로 떠오르는 중국의 원동력이다. 중국 정부도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기업의 LED 기술 연구비의 30%를 지원해 이를 국가 핵심산업으로 키운다.

◇LED 조명대국 꿈꿔=중국은 지난달에도 상하이(上海)에서 국제LED산업기술전을 개최했다. 광저우 조명전기협회의 주샤오란(朱曉嵐) 부주간은 “정부가 LED 조명으로 환경보호와 에너지 절약을 꾀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LED 조명은 전력소모가 적어 전력 부족 현상을 덜 수 있다. 중금속을 쓰지 않아 환경보호에도 도움이 된다. 조명의 LED화가 세계적인 추세라 시장성도 크다. 중국 정부는 국가전력의 15%를 소비하는 가로등과 터널등을 2015년까지 LED 조명으로 바꿔 나간다는 계획이다.

정부 의지가 촉진제가 돼 업계와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중국 잡지 조명주간(照明週刊)에 따르면 중국의 조명 관련 회사는 6000여 개. 이 중 80%가 LED 조명 제품을 생산하거나 그럴 계획이다. LED 제품 생산업체 수로는 세계에서 가장 많다. 광저우 국제조명전람회에는 나흘간 98개 국가에서 수만 명이 다녀간 것으로 주최 측인 메세 프랑크푸르트는 추정했다. 1229개 박람회 참가업체 중 80%는 중국 기업이다. 시장도 쑥쑥 큰다. 2003년 100억 위안(약 1조4800억원 )을 돌파한 LED 조명 시장규모는 지난해 168억 위안을 넘었다. 올해는 200억 위안을 넘을 전망이다. 상하이 박람회에선 LED 실내조명이 2010년이면 중국 가정에서 형광등 숫자를 능가할 것이라는 보고서가 나왔다.

◇투자 몰려=홍콩의 세계 최대 LED 조명 생산업체인 네오네온 에는 석·박사급 연구 인력만 100명이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LCD 전용 반도체 개발과 디자인 부문에 연구를 집중했다. 그 결과 지난해만 LED 등 조명 관련 특허 350건을 확보했다. 올해는 3억6000만 달러를 투자해 LED 조명 핵심 반도체 개발을 추진 중이다. LED 조명제품 반도체 관련 원천기술은 대부분 미국 크리와 한국의 서울반도체, 독일의 오스람 등 5개 기업이 갖고 있다.

이 때문에 중국의 LED 핵심 칩 국산화율은 46% 정도다. 광둥성 조명전기협회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조명기업의 LED 부문 투자액은 40억 위안에 달했다. 현재 진행 중인 투자만 500여 기업에 150억 위안(약 2조2200억원)이다. 서울반도체의 최보원 판매담당 국장은 “중국은 5년쯤 뒤면 LED 원천기술을 가진 선진 업체들과 기술을 공유해 세계 최대, 최고 LED 산업 국가로 부상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광저우=최형규 특파원
◇발광다이오드(LED)= 전기를 연결하면 빛을 내는 반도체. 같은 밝기를 얻는 데 필요한 전력이 백열등의 10분의 1에 불과할 정도로 효율이 높다. 값은 비싸지만 수명은 5만~10만 시간으로 재래식 전구의 10배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