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녹음실의 하루
Author
장 호준
Date
2025-01-17 14: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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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거기,, 거기 두 마디 앞부터 틀어주시면 됩니다”
그러곤 그는 데스크에 있는 토크백 버튼을 눌렀다.
“자, 다 끝나가니까 조금만 더 신경 쓰자고,, 손을 아예 머리에 올리고 노래해보자고,, 피곤해지니까 피치가 좀 불안하네.. 호흡 충분히 하고,,”
창 너머 팝필터 뒤에 보이는 얼굴 반쪽이 좀 피곤하게는 보인다.
~
“아,, 한번 더 가죠”
“거기,, 가사를 이어야지,, 중간에서 호흡을 짧게 끊어버리면 어떻게 되나? 노래는 대화라고, 맞지? 숨 쉬면 말이 안되지”
그의 나즈막한 목소리에는 짜증없는 짧은 강단이 있다.
“감독님!”
“네?”, 어? 이번엔 난가?
“미안한데, 아예 한 소절 전부터 틀어주셔야 겠네요. 분위기 좀 더 타야할 것 같네요.”
“아, 그러죠..”
“자, 한 소절 전부터 갑니다” 이번엔 내가 토크백 버튼을 눌렀다.
30분 정도 더 걸리고 보컬 녹음을 마무리 했다. 깐깐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대로 세션 끌고 가는 프로듀서의 역량도 좋고, 대강 레코딩의 기술적 부분도 잘 알고 있어서 이래저래 만져보는게 더 좋겠다는 결론이 내려진 듯 하다.
“감독님”
“넵”
“다음 주말정도부터 믹싱 들어가면 될것 같은데 스케쥴이 어떠신가요?”
“아,, 네.. 차라리 그 다음 주 월요일부터 시작하면 어떨까요? 대강 보컬더빙 이번 주 마무리되면, 다음 주 저하고 에디팅 며칠 하구요. 그리고 주말에 머리 식히시고 오시면 더 좋지 않을까요?”
“하하, 역시.. 그게 좋겠죠? 기획사에서 자꾸 독촉 하긴 하는데,, 마스터링 스튜디오 스케쥴도 그럼 감독님이 알아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참, 이번에는 어디서 해볼까요?”
“지난 번 작업했던 마스터링 감독님도 아주 잘 하시던거 같은데, 이번엔 다른 분에게 맡겨보면 어떨까 합니다. 음악도 지난 번 하고는 좀 다르구요.”
“네.. 그 부분은 감독님 의견을 따라보겠습니다. 잘 해주시겠죠.ㅎㅎ”
늘 작업을 해보면 대강 두 가지 부류의 프로듀서나 아티스트를 만난다. 자기가 다 아는 건데 마치 손이 두개라서 니들 손 빌리는거다라고 행동하시는 경우, 또는 자기가 할 수 있는 부분과 아닌 부분을 분명하게 구분하는 경우. 이 프로듀서는 후자의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도 그 부분에 속하는 분들이 일하긴 더 편하다. 다들 뭐, 한 두해 일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저런 이야기 하는 사이, 세션 내내 조는 듯 문 앞에 기대 서있던 우리의 인턴 뚝딱 부스 정리를 하고 들어왔다.
“감독님, 세션 닫고 백업해놓을까요?”
“그래,, 이따 밤에 스트링 녹음이 있을꺼니까 준비도 해주고,, 난 여기 프로듀서님하고 나가서 커피나 한 잔 하고 들어와야겠다.”
“옛썰”
미국 유학 4년에 실습 1년 하고 와서도 엔지니어인척하며 껄렁대지 않고 그냥 착실한 인턴으로 일한지 4개월째인 이 녀석이 참 맘에 든다. 사실 그게 원칙인데,, 다음 달부턴 조금 더 챙겨줘야겠다. 인턴딱지도 떼줘야겠는데..
더위가 다 지나가는 듯, 낮시간도 많이 짧아지는 것 같다. 지하 녹음실에서 있을때는 밤낮 절대 구분 못하고 지나갔는데, 그래도 3층에 햇볕 들어오는 통창이 있는 지금 녹음실은 그래도 좀 사는거 같다. 게다가 나이가 점점 들어가는지 낮시간에만 일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늘기도 하고,, 집에 가서 애들하고도 놀아줘야 하는데,,
“감독님”
세션 내내 힘들게 참던 그가 불은 아직 안붙인 담배를 물고 부른다.
“네..”
“지금 가수 어떤거 같나요? 나름 많이 연습도 한 친구고, 저도 많이 시간을 들이긴 했는데요.”
“아,, 네.. 어떻게 말씀 드려야 할까요?ㅎㅎ”
“기본적으로 가진 소리는 좋은것 같습니다. 리듬감도 있구요. 워낙 오늘 부른 곡의 편곡이 좀 어려운 것 같아서 시간이 걸렸지만, 뭐,, 괜챦은 것 같습니다.”
“좀 아쉬운 부분이 있죠. 아무리 감독님이 오토튠하고 톤 만지고 해서 잘 만들어 주실 줄 알고는 있지만, 전 소스에 좀 더 신경을 써야할 것 같아, 오늘 시간을 좀 더 투자했습니다.
“네.. 피치 약간씩 가는 것은 그냥 두는게 더 좋을 것 같구요. 그게 더 자연스러울 것 같아서요. 요즘 뭐, 다들 완벽한 피치의 노래들을 부르게 만들어버리는것이 더 부자연스럽긴 하죠.”
“ㅋㅋ, 그렇죠? 감독님.. 동네 애들도 오토튠이 뭔지 알더라구요”
“하도 예능에서 많이 떠들어서 그럴겁니다.”
흡연실이 만원이라 끝내 불을 못붙이시고 우리의 프로듀서는 카페를 떠나셨다. 녹음실로 돌아와보니 벌써 눈치 빠른 인턴, 의자 4개 셋업하고 마이크 스텐드 세우고 케이블 깔고 있다.
“감독님, 마이크는 어떤걸로 갈까요?”
“어, 지난 주에 했던 방식 괜챦더라.. 오늘도 같은 팀이니까, 로이어 리본 스테레오로 엠비언스 세우고, 왼쪽부터 184 두개, 비올라에 U87, 그리고 첼로에 뚱뗑이 TLM49, 아니,, 첼로에는 RE20도 하나 더 넣어보자. 로이어는 거리 잘 재서 설치해봐”
“옛썰~”
“참,, 편곡자님이 아까 연락 주셔서 로직으로 작업하신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세션 만들어 열어놨습니다.”
“로직으로? 하하, 집에서 더빙하려고 하시는구나.. 그래,, 잘했다. 그리고 큐릭(캡슐커피) 몇 개 안남았더라.. 내 차 트렁크에 가면 박스로 하나 있거든, 이따 그거 세션 시작하기 전에 커피포트 옆에 갔다놔라.. 스트링 세션들이 커피귀신들이라,, 아예 마트 가서 과일도 좀 사오고”
“옛썰”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 친구도 미국에서 스튜디오 생활을 졸업하고 OPT(현장실습)받아 1년 해서 제대로된 미국식 스튜디오 분위기를 좀 안다. 그거 얼마 안되는 과일 바구니, 커피, 비스켓,, 그게 얼마나 분위기를 좋게 하는지.. 맘 같아선 복도방에 당구대라도 놀려고 했지만, 그냥 게임기로 대체했다. 중간의 기둥이 참 웬수다.
오늘은 11시전에 침대에 들어갈 수 있을려나 모르겠다. 지금 7시, 세션들은 이미 와서 튜닝하고 있는데, 편곡자가 악보만 달랑 이메일로 보내오고 차가 막히고 계신단다.
그러곤 그는 데스크에 있는 토크백 버튼을 눌렀다.
“자, 다 끝나가니까 조금만 더 신경 쓰자고,, 손을 아예 머리에 올리고 노래해보자고,, 피곤해지니까 피치가 좀 불안하네.. 호흡 충분히 하고,,”
창 너머 팝필터 뒤에 보이는 얼굴 반쪽이 좀 피곤하게는 보인다.
~
“아,, 한번 더 가죠”
“거기,, 가사를 이어야지,, 중간에서 호흡을 짧게 끊어버리면 어떻게 되나? 노래는 대화라고, 맞지? 숨 쉬면 말이 안되지”
그의 나즈막한 목소리에는 짜증없는 짧은 강단이 있다.
“감독님!”
“네?”, 어? 이번엔 난가?
“미안한데, 아예 한 소절 전부터 틀어주셔야 겠네요. 분위기 좀 더 타야할 것 같네요.”
“아, 그러죠..”
“자, 한 소절 전부터 갑니다” 이번엔 내가 토크백 버튼을 눌렀다.
30분 정도 더 걸리고 보컬 녹음을 마무리 했다. 깐깐한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대로 세션 끌고 가는 프로듀서의 역량도 좋고, 대강 레코딩의 기술적 부분도 잘 알고 있어서 이래저래 만져보는게 더 좋겠다는 결론이 내려진 듯 하다.
“감독님”
“넵”
“다음 주말정도부터 믹싱 들어가면 될것 같은데 스케쥴이 어떠신가요?”
“아,, 네.. 차라리 그 다음 주 월요일부터 시작하면 어떨까요? 대강 보컬더빙 이번 주 마무리되면, 다음 주 저하고 에디팅 며칠 하구요. 그리고 주말에 머리 식히시고 오시면 더 좋지 않을까요?”
“하하, 역시.. 그게 좋겠죠? 기획사에서 자꾸 독촉 하긴 하는데,, 마스터링 스튜디오 스케쥴도 그럼 감독님이 알아봐주시면 좋겠습니다. 참, 이번에는 어디서 해볼까요?”
“지난 번 작업했던 마스터링 감독님도 아주 잘 하시던거 같은데, 이번엔 다른 분에게 맡겨보면 어떨까 합니다. 음악도 지난 번 하고는 좀 다르구요.”
“네.. 그 부분은 감독님 의견을 따라보겠습니다. 잘 해주시겠죠.ㅎㅎ”
늘 작업을 해보면 대강 두 가지 부류의 프로듀서나 아티스트를 만난다. 자기가 다 아는 건데 마치 손이 두개라서 니들 손 빌리는거다라고 행동하시는 경우, 또는 자기가 할 수 있는 부분과 아닌 부분을 분명하게 구분하는 경우. 이 프로듀서는 후자의 부분이다. 개인적으로도 그 부분에 속하는 분들이 일하긴 더 편하다. 다들 뭐, 한 두해 일하는 것도 아니고…
이런 저런 이야기 하는 사이, 세션 내내 조는 듯 문 앞에 기대 서있던 우리의 인턴 뚝딱 부스 정리를 하고 들어왔다.
“감독님, 세션 닫고 백업해놓을까요?”
“그래,, 이따 밤에 스트링 녹음이 있을꺼니까 준비도 해주고,, 난 여기 프로듀서님하고 나가서 커피나 한 잔 하고 들어와야겠다.”
“옛썰”
미국 유학 4년에 실습 1년 하고 와서도 엔지니어인척하며 껄렁대지 않고 그냥 착실한 인턴으로 일한지 4개월째인 이 녀석이 참 맘에 든다. 사실 그게 원칙인데,, 다음 달부턴 조금 더 챙겨줘야겠다. 인턴딱지도 떼줘야겠는데..
더위가 다 지나가는 듯, 낮시간도 많이 짧아지는 것 같다. 지하 녹음실에서 있을때는 밤낮 절대 구분 못하고 지나갔는데, 그래도 3층에 햇볕 들어오는 통창이 있는 지금 녹음실은 그래도 좀 사는거 같다. 게다가 나이가 점점 들어가는지 낮시간에만 일을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늘기도 하고,, 집에 가서 애들하고도 놀아줘야 하는데,,
“감독님”
세션 내내 힘들게 참던 그가 불은 아직 안붙인 담배를 물고 부른다.
“네..”
“지금 가수 어떤거 같나요? 나름 많이 연습도 한 친구고, 저도 많이 시간을 들이긴 했는데요.”
“아,, 네.. 어떻게 말씀 드려야 할까요?ㅎㅎ”
“기본적으로 가진 소리는 좋은것 같습니다. 리듬감도 있구요. 워낙 오늘 부른 곡의 편곡이 좀 어려운 것 같아서 시간이 걸렸지만, 뭐,, 괜챦은 것 같습니다.”
“좀 아쉬운 부분이 있죠. 아무리 감독님이 오토튠하고 톤 만지고 해서 잘 만들어 주실 줄 알고는 있지만, 전 소스에 좀 더 신경을 써야할 것 같아, 오늘 시간을 좀 더 투자했습니다.
“네.. 피치 약간씩 가는 것은 그냥 두는게 더 좋을 것 같구요. 그게 더 자연스러울 것 같아서요. 요즘 뭐, 다들 완벽한 피치의 노래들을 부르게 만들어버리는것이 더 부자연스럽긴 하죠.”
“ㅋㅋ, 그렇죠? 감독님.. 동네 애들도 오토튠이 뭔지 알더라구요”
“하도 예능에서 많이 떠들어서 그럴겁니다.”
흡연실이 만원이라 끝내 불을 못붙이시고 우리의 프로듀서는 카페를 떠나셨다. 녹음실로 돌아와보니 벌써 눈치 빠른 인턴, 의자 4개 셋업하고 마이크 스텐드 세우고 케이블 깔고 있다.
“감독님, 마이크는 어떤걸로 갈까요?”
“어, 지난 주에 했던 방식 괜챦더라.. 오늘도 같은 팀이니까, 로이어 리본 스테레오로 엠비언스 세우고, 왼쪽부터 184 두개, 비올라에 U87, 그리고 첼로에 뚱뗑이 TLM49, 아니,, 첼로에는 RE20도 하나 더 넣어보자. 로이어는 거리 잘 재서 설치해봐”
“옛썰~”
“참,, 편곡자님이 아까 연락 주셔서 로직으로 작업하신다고 하시더라구요. 그래서 일단 세션 만들어 열어놨습니다.”
“로직으로? 하하, 집에서 더빙하려고 하시는구나.. 그래,, 잘했다. 그리고 큐릭(캡슐커피) 몇 개 안남았더라.. 내 차 트렁크에 가면 박스로 하나 있거든, 이따 그거 세션 시작하기 전에 커피포트 옆에 갔다놔라.. 스트링 세션들이 커피귀신들이라,, 아예 마트 가서 과일도 좀 사오고”
“옛썰”
내가 그랬던 것처럼, 이 친구도 미국에서 스튜디오 생활을 졸업하고 OPT(현장실습)받아 1년 해서 제대로된 미국식 스튜디오 분위기를 좀 안다. 그거 얼마 안되는 과일 바구니, 커피, 비스켓,, 그게 얼마나 분위기를 좋게 하는지.. 맘 같아선 복도방에 당구대라도 놀려고 했지만, 그냥 게임기로 대체했다. 중간의 기둥이 참 웬수다.
오늘은 11시전에 침대에 들어갈 수 있을려나 모르겠다. 지금 7시, 세션들은 이미 와서 튜닝하고 있는데, 편곡자가 악보만 달랑 이메일로 보내오고 차가 막히고 계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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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녹음실에서 연습을 하면,, 나야 땡큐지
장 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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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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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호준 | 2025.01.17 | 0 | 2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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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이런 저런~
장 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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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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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호준 | 2025.01.17 | 0 | 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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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콩딱, 콩딱
장 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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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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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호준 | 2025.01.17 | 0 | 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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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소극장 공연,, 머리를 올린다~
장 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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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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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호준 | 2025.01.17 | 0 | 20 |
72 |
72. 스튜디오의 일상
장 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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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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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호준 | 2025.01.17 | 0 | 17 |
71 |
71. 왜 콘솔에 이런저런 사람들이..
장 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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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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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호준 | 2025.01.17 | 0 | 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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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단순노동, 그러나
장 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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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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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호준 | 2025.01.17 | 0 |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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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업계에 벌어진 황당한... (실화)
장 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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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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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호준 | 2025.01.17 | 0 | 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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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4가지라..
장 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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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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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호준 | 2025.01.17 | 0 |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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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가까운 미래~
장 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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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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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호준 | 2025.01.17 | 0 | 12 |
66 |
66. 접지 쫌
장 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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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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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호준 | 2025.01.17 | 0 |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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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인생의 이야기
장 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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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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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호준 | 2025.01.17 | 0 | 1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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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우울증은..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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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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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튠,, 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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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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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호준 | 2025.01.17 | 0 | 1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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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ㅋㅋ
장 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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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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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호준 | 2025.01.17 | 0 | 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