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리버브는 모노입력이 기본~

Author
장 호준
Date
2025-01-17 14:56
Views
15
“감독님은 왜 리버브 소스를 모노로만 쓰시죠?”
잠잠히 콘솔 옆자리에 앉아 뭐하는지 감시하듯 쳐다보던 프로듀서가 조심스레 조그마한 목소리로 물어본다. 컨트롤룸에는 오로지 둘 뿐인데도..
“아, 그게 궁금하셨나보네요”
“네.. 소스의 패닝처럼 리버브도 패닝이 되야 하는거 아닌가 해서요. 저도 음향은 잘 모르지만, 그렇게 이해하고 있었는데..”
“네. 일단 잠시후 바운스 하고 설명해드려도 되겠지요?”
“네.. 당연하죠. ㅎㅎ”
어디 간단한 믹스가 있으랴.. 이래저래 마쳐서 바운스 모니터까지 해보니 옆에서 이런 저런 이야기 하던 프로듀서님 커피 한잔 들고 와 수강생자세로 앉아있다.
“강의할 건 아닌데.. 커피 가져오셨으니까..’
“네. 저도 기술적인건 잘 모르니까,, 얼마나 알아들을지는 모르겠네요.ㅠㅠ”
“네.. 최대한 쉽게 이야기해보죠”
“리버브라는게 공간...”
“어, 안끝나셨어요?”
하여간 냄새는 잘 맡아서,, 우리 인턴 들어오셨다.
“그래, 너도 여기 앉아라..”
“리버브가 어떤 기능을 하는지는 아실거구요.”
“네, 가상 공간을 만드는거 그런거죠?”
“일단 리버브는 믹스상에서 각각의 소스들을 같은 공간에 존재하게 하는것이 주 목적이라 보구요. 그냥 잘 울리게 하는거라기 보다는,,”
“같은 공간이라.. 그러면 믹스에 하나만 써야 하나요?”
“뭐, 몇개를 쓰시던 특별히 상관은 없겠습니다만, 기준점은 그렇다고 보시면 좋습니다. 오래전 그냥 라이브를 2트랙으로 녹음하던 시절 생각해보시면 되구요. 아, 아 요즘 클래식 녹음도 그렇겠네요. 하여간, 그럴 경우 연주자들의 연주된 소스가 그 공간에서 잘 어울려서 믹스된 상태가 음악이 되는거겠죠.”
인턴이 한마디 한다. “아,, 언젠가 여쭤봐야지 했는데,, 학교에서도 특별히 뭐라고 설명을 안해서 궁금하긴 했거든요. 그냥 단순하게 드럼의 스네어에는 뭐, 보컬에는 뭐, 스트링같은 악기에는 뭐,, 그래서 대강 3-4개는 썼는데요.”
“요즘처럼 각각 소스를 거의 완벽하게 직접음만으로 조각내서 톤을 만드는 상황에서는 리버브가 아주 특별한 기능을 하기도 합니다.”
“하긴, 감독님 믹스하실때 보면 아주 타이트한 소스를 만드시더라구요. 그래서 계속 감독님하고만 작업하는 거이기도 하구요. ㅎㅎ”
어쨋건 클라이언트가 좋아한다니 다행이긴 하다.
“네.. 계속해서 이야기 하면, 그렇게 직접음만의 소스끼리 붙일때 사용하는 풀 역할을 리버브가 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앞과 뒤의 3차원적 공간형태를 만드는 역할도 한다는거죠. 참, 물어보신게 모노입력에 대한 거였죠? ㅎㅎ 나이가 드는지 말이 많아지네요..이런”
“괜챦습니다. 재미있네요. 음향을 좀 더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네. 공간을 생각해보면 질문하신거의 답이 아주 단순할 수 있습니다. 잠깐 부쓰로 가보죠. 여기 컨트롤 룸에서는 공간감이라는게 잘 안느껴지니까’
눈치빠른 인턴 커피잔 모아서 들고 따라나선다.
“자, 제가 박수 한번 쳐보겠습니다. 직접음을 뺀 반사음만 집중해보시죠”
부쓰 중앙에 서 있게 하고, 나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한번씩 박수를 쳐봤다.
“어떤가요? 위치감이라는게 그렇게 중요하게 느껴지시나요? 위치감이라는걸 음향에서는 정위감이라고도 합니다.”
“정위라면 바를정자를 쓰나요? 바른위치라고 느껴져서”
“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요. 바를정자가 아니고 결정한다고 할때 쓰는 정입니다. 정할 정자이죠. 정위라고 소리의 방향을 정하는걸 말하고, 그 위치에 대한 재생할때 느끼는 가상적 느낌과 실제 위치의 느낌을 정위감이라 이해하면 될것 같습니다. 사전적 정의라기 보다는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게 하는게 맞을것 같네요. 영어로는 Localization이라고 합니다.”
“아, 머리 아파지네요.” 괜히 물어봤다는 눈빛의 프로듀서 표정이 재미있다.
“하여간, 우리 두 귀에서 느낄 수 있는 소리의 방향 중에 방향성이 강한 직접음을 제외한 리버브와 같은 실제적 반사음은 그렇게 위치를 나타내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시간차도 그렇구요. 워낙 공간에서 아주 잘게 부스러지는 반사음들의 모음이라서 그렇죠”
“아, 반사에 의한 공간이라서 위치가 별 의미없다라는 거군요. 거기에 실제 직접음이 워낙 크게 마스킹을 할꺼고”
음향초짜 프로듀서 더 헷갈리게 유학파 인턴이 정리를 해버린다.
“요즘의 음악에서 리버브는 공간 자체를 가상으로 만들어내는 역할을 여러가지 알고리즘으로 합니다. 더러 스테레오 입력을 받게 만드는 리버브를 쓰기도 하지만, 내부에서 입력신호를 모노처럼 더해서 쓰는 경우도 있구요. 그렇다고 좌측 입력을 처리해서 좌측출력으로만 보내지는 않으니까요. 더러 실수로 리버브 리턴을 모노로 받아도 거의 아무도 못느끼시는 경우도 있지요. 워낙 기본 직접음 중심의 믹스가 스테레오 분리도를 충실하게,, 나중에 헤드폰 듣고 아차싶었던 경험이 아주 오래전 초짜때 있었죠.ㅋㅋ”
“아, 뭔지 정확히는 이해가 안가지만, 대강 어떤 이유로 그렇게 하시는지 알것 같긴 합니다. 아이고, 더 들었으면 좋겠는데..”
계속 울려대던 전화기 더 못참겠는지 일단 꾸벅 인사를 하고 프로듀서는 먼저 나갔다.
“뭐, 얼마나 알아들으셨을려나 모르겠다. 나야 뭐, 유식한거 티 냈으니 다행이다만..ㅎㅎ”
“덩달아 저도 정리가 되었는데요. 오늘도 감사합니다.”
“그래,, 잘 정리하고 들어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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