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나만 아는 비밀~

Author
장 호준
Date
2025-01-17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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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엔지니어들만 아는 비밀들이 많다. 기술적인 부분이야 끝도 없이 많겠지만,, 보컬 녹음 중에 슬그머니 들어왔다 사라지는 가수의 연예인 여친부터 부쓰안에 불꺼달라고 하고 어떤 포즈인지, 모습인지 모르지만 하여간 노래 끝내주게 부르는 가수, 열받아 꼭 담배 한대 피고와야 음정 맞추게 되는 청순한 여가수까지.. 엔지니어라지만, 팬심이 더 있을 수도 있겠는데 그래도 그거 억누르고 열심히 오토튠해주며 ‘너의 비밀은 내가 죽을때 까지 끌고간다’는 마음을 가지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있겠지. 그렇다고 녹음 끝나고 고기 한번 같이 먹은거 밖에 없겠지만..
언젠가 솔로 보컬 녹음하면서 연애를 했었다. 직업 특성상, 그리고 진짜 한참 필받아 일할때라 누군가를 만나고 어쩌고 한다는건 완전 불가능이었다. 스케쥴이 묶여서 밤녹음이라도 진행되는 주간에는 더더욱 시간날때마다 자야했기 때문이었기도 했다. 그러다, 통창 넘어 분위기 잡히는 조명 아래에서 아주 꾸준하게 속삭여주는 그 목소리에 넘어가게 되었던 것이다. 물론, 그게 이유가 다는 아닌거고, 이래저래 30프로정도 녹음하던 스케쥴에서 맘이 편하고 이야기도 통하고, 그렇게 해서 오늘날까지 좋은 친구로, 애인으로, 그리고 세 아이의 엄마로 모시고 살고 있다.
엔지니어에게 결혼은 필수라 생각한다. 혹자는 눈만 높아질 수 있는 이쪽 바닥의 특성상 어려운 과제라고도 하겠지만, 항상 긴장하고 민감해야하는 직업의 특성상 가정이 주는 장점은 특별히 강조 안해도 될것이라 본다.
“오늘도 늦게 들어갈거 같네.. 녹음은 9시에 끝날건데, 기획사 사장님이 저녁대접을 하신다고 해서 그 이후에 먹을거 같아”
“어,, 내일은 오후 프로부터 녹음이니까, 오전에 같이 마켓가자고,, 미안~”
“감독님은 참,, 가정적이신거 같아요”
“그래” 2년차에 접어든 인턴의 눈에 그렇게 보였다니 성공하고 있는거 같다.
“참, 너는 결혼 안해?”
“결혼이요? 에이,, 아직 서른도 안되었는데요. 그리고 여친도 급하지 않은거 같네요. 돈도 많이 들고”
“너무 크게 생각하지 말고,, 나도 결혼할때 완전 콩볶듯이 후다닥 해버렸어. 월세집에서 부지런히 시작했지”
“자, 세션 편집 좀 해놔라. 마커 빠진데 있으면 잘 찍어놓고, 기타 더빙 네쉬빌에서 보내온거 샘플링레이트 잘 확인해서 임포트 해놓고”
“참, 감독님 그 세션 중에 피아노 어떻게 할까요? 보니까 모노던데.. 뭐라도 하나 걸어놓을까요?”
“그래? 한번 뭐든 해봐라.. 잘 만들어놓으면 내가 상 하나 줄테니까”
“넵”
트래킹할때 메인 키보드 출력에 이상이 있어서 모노로만 녹음을 했단다. 이럴경우 미디로 레코딩 해놓으면 될텐데..
“참, 감독님, 마돈나는 헤드폰 안쓰고 녹음한다면서요?”
“그래? 어떻게 그걸 아니?”
“공부할때 도서관에 있던 예전 EQ매거진에서 읽었던거 같아서요”
“그래, 나도 그 매거진에서 읽었었다. 하도 엔지니어가 믹스를 잘해놓은 앨범이라서.. Ray of Light이었지, 아마?”
“네. 거의 믹스를 다 해놓은 상태라서 그냥 부쓰에서 스피커 틀어놓고 신나게 녹음을 했다는거 같습니다.”
“일단 노래를 잘해야지,, 안그러냐? 오토튠 어떻게 할려고..ㅋㅋ”
“그러게요.. 뭐든 소스가 중요한거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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