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 마이클 잭슨의 흔적이 있던 스튜디오-저자의 실제 이야기

15년 넘어가던 그때 언젠가 LA의 A급 스튜디오에서 믹스 세션을 했었다. 오랫동안 같이 일하던 클라이언트는 과감하게 마이클 잭슨이 ABC를 노래했던 바로 그 녹음실을 2일 렌탈을 했고, 그렇게 해서 세션이 시작되었다. DAW가 보편화된 요즘의 시점에서 굳이 믹싱을 그렇게 스튜디오에 까지 가서 했어야 했나라는 생각이 들 수 있겠지만, ADAT기반의 녹음을 하던 그 당시에 그래도 아나로그 콘솔 믹스를 해보자라는 의욕에 그렇게 진행을 했다.

김포 공항을 떠나 LAX에 도착하고 며칠 쉬고 드디어 스튜디오를 찾아갔다. 바깥에서는 전혀 스튜디오라 생각이 되지 않았는데, 두툼한 철문옆 초인종을 누르고 문이 열리고 그렇게 들어갔다.

“오늘부터 믹스가 있어서 왔는데” 당연히 영어로~
“아, 이름이?” 예약할때는 몰랐는데, 보니까 스튜디오가 4개가 있는 녹음실이었다. 그 중 예약된 곳은 바로 어린 마이클잭슨이 노래했던 부쓰가 있던 가장 큰 스튜디오, 거기에는 총 10대밖에 생산이 안된 Focusrite 콘솔의 No.2가 타원형으로 자리잡고 있었다.

“여기는 오늘 어시스턴트를 해드릴 Bob입니다”
족히 40대 후반인것 같은 키큰 백인 아저씨가 인사를 한다.

“Hi, 이쪽으로 오시죠. 알려주신대로 ADAT 4대 연결할 준비 다 했구요. 바로 세팅하시면 됩니다.”
같이 들고온 ADAT4대를 같이 들고 들어갔다.
“Bob, 내가 보기엔 꽤 엔지니어를 하신거 같은데요”
“예스, 20년 정도 된거 같네요.”
“와,, 그러면 제가 어시스트를 해야하는건 아닌가 모르겠네요. 배우면서.”
“하하,,”
아마 하우스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경우에 따라 메인, 아님 어시스턴트 역할을 하는것 같았다.

총 10곡을 그렇게 이틀에 걸쳐서 거장 루퍼트 니브 할아버지의 ISA모듈이 좌우로 엄청나게 펼쳐져있는 그런 천국에서 믹스를 했다.
“오토메이션은 어떻게 되죠?”
“네.. 그건 여기 이 버튼을 누르시고, 저기 모니터 확인하구요....”

과연 내가 40대 후반이 되어서 외부 엔지니어가 와서 내 녹음실에서 녹음을 한다고 했을때 Bob같이 어시스턴트를 해 줄 수 있을까? 그때 그렇게 생각했었다. 물론 내가 그 나이가 된 지금, 아쉽게도 그렇게 해줄 환경이 없다는게 아쉽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