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 Funky!

Author
장 호준
Date
2025-01-17 15:08
Views
8
펑키한 베이스의 그루브가 컨트롤 룸을 감싸고 있다. 간간히 들리는 흑인 드러머의 특유의 하이햇 리듬이 깊은 맛을 감싸는 혀 끝의 달콤함처럼 딱 입맛을 땡기게 한다.
‘Hold on(잠깐만)’
토크백 버튼을 누르고 프로듀서가 한 마디 하기 시작했다.
참, 지금은 모 대형 기획사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중이다. LA에서 온 백인 프로듀서, 흑인 드러머(별명이 Kick이란다), 한국인 베이시스트와 기타 세션 둘, 그리고 기획사 프로젝트 팀의 팀장이면서 건반 주자인 코-프로듀서가 트래킹(기본녹음)을 하고 있다. 곡은 핀란드 작곡가, 가사는 아직 안나옴.
이럴때는 미국 유학파인 나와 어시 김대리가 있는 녹음실이 최고지..
‘Let’s keep ‘till right after 2nd verse. Hey Bro, how’s your left foot?’ 드러머 아저씨가 공항에서 나오다 발이 어디 부디쳤단다. 어째 내 귀에는 그래서 그런지 힘이 빠져 더 그루브가 살아나는 느낌도 있는데.
‘That’s cool man’ 뭐든 쿨이라는 쿨가이 Kick.
다시 시작된 느낌은 뭐, 역시 펑키는 흑인 소울이 필요하다라는 결론이 내려지게 된다. 이것도 선입관이긴 한데.. 아주 오래전 교포출신 세션 형님에게 별안간 녹음실에서 전화가 왔었단다. 급하게 와달라고,, 그래서 가봤더니, 흑인 미군 세명이 커피 마시고 있더라나.. 흑인 코러스가 필요해서 이태원 길가에서 잡아왔는데, 얼굴만 흑인이더라고.. 십만원씩 주고 돌려보냈다나..ㅎㅎ
‘How’s you got that hi-hat mic technic?(어떻게 하이헷 마이킹을 그렇게 할 생각을 했냐?)” 백인 친구가 물어본다. 하이햇 아래에 설치한 마이킹은 처음 본다고,, 충분한 하이햇 레벨을 언제나 엔지니어에게 요구하는데, 늘 패달 밟는 소리와 끽끽 거리는 잡소리가 귀에 걸렸다고, 그런데 내가 한 방식의 레코딩에선 원천적으로 지향성에 의해서 제어가 되니 신기하다 한다.
3곡을 그렇게 마무리 하고 세션을 끝냈다. 우리 김대리는 세션을 완벽하게 정리하고, 녹음실에 장치된 카메라의 동영상 따로 하드에 잘 카피까지 했다. 작년부터 부쓰와 컨트롤룸에 보안 카메라 겸 세션 기록용으로 카메라를 총 4개 설치해서 클라이언트에게 선물로 주고 있다. 물론 우린 스튜디오 홍보하는 거고..
귀국해서 처음으로 영어 써가면서 세션을 진행했다고 우리 김대리는 괜히 어깨 제스쳐를 취한다. 재미있었다고,, 다행히 영어를 그렇게 많이 안 까먹었다나..
‘야, 우리도 이제 영어를 공용어로 해보자. 나도 많이 까먹어서 그래야겠다.. 동남아권도 시도해봐야지,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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