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고집이라..

Author
장 호준
Date
2025-01-17 15:09
Views
8
한 숨을 티나지 않게 쉬어본다.
“감독님, 한번 더 갈께요. 괜챦죠?”
“네.. 물론이죠. 같은곳입니다.”
벌써 9번째 같은 8마디 솔로를 연주하고 계신다. 속으로 '그냥 세션 불러서 하지', '원하시는 톤은 나중에 얼마든지 만들어 드릴 수 있습니다’, ‘그래봐야 take 1의 법칙에 따라 첫번째 또는 두번째 연주하신걸로 결정할텐데’,,, 등등 다양한 스토리가 떠오르지만 어디까지나 서비스 종사자 답게 어색하지 않은 긍정적인 표정으로 통창넘어 자기 솔로앨범 기타는 본인이 치신다는 가수님을 응대해드리고 있다.
“감사합니다. 한번 들어볼께요”
“네.. 나오셔서 들어보시죠. 레벨 발란스만 조정하겠습니다.”
기타를 옆에 세우고, 헤드폰을 내려놓고 일어섰다. 감독님이 눈치를 주지 않으시는 것 같아 그렇게 부담은 없지만 그래도 신경은 쓰인다. 그냥 집에서 녹음할껄 그랬나? 에이 그래도 선수가 할 부분은 해야지.. 나도 세션 불러서 하면 간단히 끝나는지 알고 있지만, 그래도 평생 가는 앨범 녹음인데..
“감독님, 어떤 것 같아요? 세번째가 제일 느낌은 좋았던 것 같은데요.”
“네.. 저보고 고르라면 두번째에서 네번째 사이에서 고를 것 같습니다. 그 뒤로는 연주는 좋은데 뭔가 느낌이 달라서..” 거,, 감독님 답게 이야기하시네.ㅎㅎ
고갱님은 옆자리에 텀블러 하나 들고 앉으셨다.
이 일을 하면서 제일 많이 변한 나의 어투는 ‘틀렸다’에서 ‘다르다’이다. 자꾸 속으로는 ‘틀렸다’의 꿈트림이 느껴지지만, 어느새 입은 ‘다르다’로 나온다. 그리고 선택은 고갱님 당신이 하시라이고..
“약간 블루즈한 느낌으로 톤을 만져보면 어떨까요?”
“네.. 그래 주시면 좋죠”
아무것도 안 걸었던 채널에 일단 컴프를 걸어본다. 3:1 레이시오에 어택은 1ms로 놓고 드레숄드를 내려봤다. 중고역대의 깔깔함이 줄어드는 부분에서 멈추고 메이크업 게인을 올린다. 확실이 중저역이 살아난다. 그리고 이큐를 걸었다. 500Hz의 걸걸함을 줄이고 저역을 살짝 키우는 찐득함의 몸통이 들어난다.
“오,, 따땃한데요”
고갱님의 옅은 미소가 느껴진다. 미소가 없어지기 전에 바로 5kHz를 살짝 부스트, 그리고 12kHz의 쉘빙이큐를 3dB 키운다.
“와우,, 어떻게 이런 소리가 나오죠? 앰프도 안쓰고 다이렉트로 녹음한건데.”
고갱님의 뒷통수에 틈이 나기 시작한다. 여기에 비장의 카드를 써야지.. 두다닥... 비법의 양념을 툭 한 방울 떨어뜨렸다.
고갱님의 뒷통수는 시원하게 열려버렸고, 그렇게 또 하루의 따끈한 일정을 마무리 했다.
Total 0

Total 76
Number Title Author Date Votes Views
76
76. 녹음실에서 연습을 하면,, 나야 땡큐지
장 호준 | 2025.01.17 | Votes 0 | Views 26
장 호준 2025.01.17 0 26
75
75. 이런 저런~
장 호준 | 2025.01.17 | Votes 0 | Views 17
장 호준 2025.01.17 0 17
74
74. 콩딱, 콩딱
장 호준 | 2025.01.17 | Votes 0 | Views 18
장 호준 2025.01.17 0 18
73
73. 소극장 공연,, 머리를 올린다~
장 호준 | 2025.01.17 | Votes 0 | Views 20
장 호준 2025.01.17 0 20
72
72. 스튜디오의 일상
장 호준 | 2025.01.17 | Votes 0 | Views 17
장 호준 2025.01.17 0 17
71
71. 왜 콘솔에 이런저런 사람들이..
장 호준 | 2025.01.17 | Votes 0 | Views 18
장 호준 2025.01.17 0 18
70
70. 단순노동, 그러나
장 호준 | 2025.01.17 | Votes 0 | Views 14
장 호준 2025.01.17 0 14
69
69. 업계에 벌어진 황당한... (실화)
장 호준 | 2025.01.17 | Votes 0 | Views 18
장 호준 2025.01.17 0 18
68
68. 4가지라..
장 호준 | 2025.01.17 | Votes 0 | Views 15
장 호준 2025.01.17 0 15
67
67. 가까운 미래~
장 호준 | 2025.01.17 | Votes 0 | Views 13
장 호준 2025.01.17 0 13
66
66. 접지 쫌
장 호준 | 2025.01.17 | Votes 0 | Views 11
장 호준 2025.01.17 0 11
65
65. 인생의 이야기
장 호준 | 2025.01.17 | Votes 0 | Views 13
장 호준 2025.01.17 0 13
64
64. 우울증은.. 약?
장 호준 | 2025.01.17 | Votes 0 | Views 13
장 호준 2025.01.17 0 13
63
63. 튠,, 튠,,
장 호준 | 2025.01.17 | Votes 0 | Views 12
장 호준 2025.01.17 0 12
62
62. ㅋㅋ
장 호준 | 2025.01.17 | Votes 0 | Views 12
장 호준 2025.01.17 0 12
Ne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