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 인턴 오디션
Author
장 호준
Date
2025-01-17 15:12
Views
9
“이름이 현지네요. 뭐, 따로 이름에 대해 물어보는 건 아니고,ㅎㅎ”
“네. 어질 현에 지혜지입니다. 아빠가 이름대로 되라고 지으셨다는데, 뭐든 익히는데 시간이 걸리는 거 보니까 실패하신거 같습니다.ㅋ”
“ㅎㅎ 재미있네요. 그냥 말 편하게 해도 되지?”
“네. 저도 그게 좋습니다”
뭐라고 하나.. 중발정도? 단발은 아니고, 나름 깔끔하고 단정하게 차려입고 조신하게 앉아서 인터뷰를 받고 있다. 그 나이 여자애들에게 자주 보이는 분장같은 화장도 없고, 예쁜 척하는 것 같지도 않고,,
“어제 최교수님에게 전화 받았어. 칭찬을 많이 하지는 않으셨는데, 지구력과 집중력이 좋다고 하시더라고, 아, 그리고 가르치는 보람이 많이 있었다는 말씀을 하셨네. 그게 사실 최고의 칭찬이지”
“아,, 네.. 교수님 속을 많이 썩여드렸는데요. 한번에 이해가 탁 되지 않아서..ㅠㅠ”
“뭐, 어짜피 음향은 오래 동안 배워야 하니까, 그건 문제가 안되지”
“네..”
“어디 다른데에서 일 해본 적은 있나?”
“뭐, 알바는 대학내내 했구요. 초딩 피아노 레슨도 했고, 이것 저것 했습니다. 음향쪽은 녹음실하고 렌탈 회사에 실습 나가보긴 했습니다.”
“실습.. 어땠어?”
“뭐, 정신 없었어요. 나름 평점도 잘 받고, 실기 점수도 잘 받아서 자신이 조금은 있었는데, 첫날부터 완전 멘붕이었습니다. 어,, 여학생이라 봐주실 줄 알았는데, 가는 날 부터 케이블 한 100개는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납땜도 자신이 좀 있네요.”
“ㅎㅎ 그래? 나도 시켜봐야겠다.”
“녹음실에서는 그냥 견학 위주였구요. 워낙 거기도 정신없이 돌아가서 청소하는 것만 배웠던 것 같습니다.”
“그래,, 녹음실 일은 청소가 완전 기본이니까.. 그거 중요해”
“그래.. 현지는 3년 뒤에 뭐 하고 있을 것 같아? 아님 뭐 했으면 좋겠어?”
“네.. 특별하게 생각은 안해봤는데요. 지금은 그냥 대표님에게 많이 배우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기술적인 것 물어볼까봐 긴장되지?” 꽉 쥐고 있는 양쪽 손을 보니 그런 느낌이 든다.
“...네..” 소리가 작아졌다.
“그런건 난 안 물어보니까 걱정하지 말고, 기술은 배우면 되니까 염려마.. 나 같은 사람도 이 정도 하고 있으니까.. 시간이 걸리고 노력이 필요하지만, 다 가능해”
“.. 아.. 그런가요?”
“그럼,, 나도 학교 다닐땐 다 안다고 생각했어.. 믹스하면 사운드 딱 나오고,, 레퍼런스하고 비교해도 별 차이 못느끼고,,, 아주 건방졌었지.ㅎㅎ 근데,,, 시간이 지나니까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 그래,, 거의 없더라고.. 참, 혹시 내가 믹스한 곡 들어봤나?”
“네?”
“하하,, 인터뷰 문제는 아냐..”
“네.. 한 10개 앨범은 들어봤습니다. 최교수님이 대학 동기 작품이라고 추천해주셨기도 하구요. 저도 듣다보니 찾아보게 되어서..”
“그래? 어땠어?”
“뭐, 제가 막귀에 가깝긴 한데,, 음악적으로 안정적인 느낌은 많이 들었습니다. 뭔가,, 그냥 음향 생각 안하고 듣게 되는 그런 믹스?”
“그래.. 뭐, 그런 이야기 자주 들어.. 물론 내 방향도 그렇긴 하고..”
“일단, 우리는 나도 그렇고, 김대리도 그렇고, 뭐,, 유학파라고 재는 건 아닌데, 인턴을 미국에서 했었거든,, 그래서 한국에서 어떻게 인턴이 일반적으로 되는지 잘은 몰라.. 게다가 내가 인턴이었을때는 90년대 초니까 지금하고는 좀 다르긴 하지”
“네..”
“하여간, 같이 재미있게 일했으면 해. 눈치가 조금 빠르면 더 쉽게 적응할꺼고, 상황보고 가능하면 나에게 직접 물어봐도 돼. 물론, 먼저 김대리에게 도움 요청하면 더 쉬울꺼고.”
“가만있자.. 김대리!”
“넵..” 부엌 정리하던 김대리가 뛰어왔다.
“김대리 인턴때 얼마씩 받았지?”
“아,, 많이 주셨죠.”
“내가?”
“뭐, 미국에서 인턴때 받았던 것 보다는 많다는 이야기죠. 오로지 기름값만 받았던 것에 비하면, 식대도 받았고, 하숙비도 냈으니까요”
“그랬구나.. 내 기억엔 난 기름값도 못 받았어, 인턴을 5명 뽑아서 전부 다 주지 못한다고 밥만 먹여주고.. 물론, 아티스트하고 프로듀서, 외부 엔지니어 팁이 짭짤했지”
“현지야.. 내가 25년 이쪽 일을 하면서 4명 정도 여성 엔지니어 감독님하고 일을 해 봤는데, 다 좋은 기억이 많아. 집중력도 최고고, 클라이언트 응대하는 것도 많이 배웠고,,, 현지도 그렇게 성장했으면 좋겠어. 나도 그런 것 보면서 최교수가 느꼈다는 보람을 느끼면 좋겠고.. 오케이?”
“네.. 감사합니다.”
“참, 우리 녹음실에는 자주 외국에서 전화도 오고, 직접 와서 녹음도 하니까,, 틈 나는데로 영어 공부도 해.. 아예 필요하면 말해, 요기 길 앞에 있는 영어학원이라도 끊어줄테니까.. 에이, 김대리에게 배워라.. 나보다 더 네이티브 수준이니까.. 난 다 까먹어서..”
“혹시 남친 있나? 뭐 다른 의미는 아니고,, 이쪽 일이 시간적 제약이 많긴 한데,, 가능하면 출퇴근 시간 지켜줄께..”
“네..”
“김대리에게 이런 저런 일 배우고, 물어보고 해.. 다행히 로봇청소기가 좋아서 청소는 많이 줄었을꺼야. 1시간 뒤에 정리하고 저녁 먹으러 가자.. 오늘은 파스타가 땡기네.. 좋아하지?”
현지 외에도 두 명이 인터뷰를 보러 왔는데, 한 친구는 담배 냄새가 좀 찐해서, 그리고 한 친구는 약간 태도가 불량스러웠다. 그래서 현지가 당첨되셨다. 그게 두 달이 지났다.
“네. 어질 현에 지혜지입니다. 아빠가 이름대로 되라고 지으셨다는데, 뭐든 익히는데 시간이 걸리는 거 보니까 실패하신거 같습니다.ㅋ”
“ㅎㅎ 재미있네요. 그냥 말 편하게 해도 되지?”
“네. 저도 그게 좋습니다”
뭐라고 하나.. 중발정도? 단발은 아니고, 나름 깔끔하고 단정하게 차려입고 조신하게 앉아서 인터뷰를 받고 있다. 그 나이 여자애들에게 자주 보이는 분장같은 화장도 없고, 예쁜 척하는 것 같지도 않고,,
“어제 최교수님에게 전화 받았어. 칭찬을 많이 하지는 않으셨는데, 지구력과 집중력이 좋다고 하시더라고, 아, 그리고 가르치는 보람이 많이 있었다는 말씀을 하셨네. 그게 사실 최고의 칭찬이지”
“아,, 네.. 교수님 속을 많이 썩여드렸는데요. 한번에 이해가 탁 되지 않아서..ㅠㅠ”
“뭐, 어짜피 음향은 오래 동안 배워야 하니까, 그건 문제가 안되지”
“네..”
“어디 다른데에서 일 해본 적은 있나?”
“뭐, 알바는 대학내내 했구요. 초딩 피아노 레슨도 했고, 이것 저것 했습니다. 음향쪽은 녹음실하고 렌탈 회사에 실습 나가보긴 했습니다.”
“실습.. 어땠어?”
“뭐, 정신 없었어요. 나름 평점도 잘 받고, 실기 점수도 잘 받아서 자신이 조금은 있었는데, 첫날부터 완전 멘붕이었습니다. 어,, 여학생이라 봐주실 줄 알았는데, 가는 날 부터 케이블 한 100개는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납땜도 자신이 좀 있네요.”
“ㅎㅎ 그래? 나도 시켜봐야겠다.”
“녹음실에서는 그냥 견학 위주였구요. 워낙 거기도 정신없이 돌아가서 청소하는 것만 배웠던 것 같습니다.”
“그래,, 녹음실 일은 청소가 완전 기본이니까.. 그거 중요해”
“그래.. 현지는 3년 뒤에 뭐 하고 있을 것 같아? 아님 뭐 했으면 좋겠어?”
“네.. 특별하게 생각은 안해봤는데요. 지금은 그냥 대표님에게 많이 배우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기술적인 것 물어볼까봐 긴장되지?” 꽉 쥐고 있는 양쪽 손을 보니 그런 느낌이 든다.
“...네..” 소리가 작아졌다.
“그런건 난 안 물어보니까 걱정하지 말고, 기술은 배우면 되니까 염려마.. 나 같은 사람도 이 정도 하고 있으니까.. 시간이 걸리고 노력이 필요하지만, 다 가능해”
“.. 아.. 그런가요?”
“그럼,, 나도 학교 다닐땐 다 안다고 생각했어.. 믹스하면 사운드 딱 나오고,, 레퍼런스하고 비교해도 별 차이 못느끼고,,, 아주 건방졌었지.ㅎㅎ 근데,,, 시간이 지나니까 안다고 생각했던 것이 그래,, 거의 없더라고.. 참, 혹시 내가 믹스한 곡 들어봤나?”
“네?”
“하하,, 인터뷰 문제는 아냐..”
“네.. 한 10개 앨범은 들어봤습니다. 최교수님이 대학 동기 작품이라고 추천해주셨기도 하구요. 저도 듣다보니 찾아보게 되어서..”
“그래? 어땠어?”
“뭐, 제가 막귀에 가깝긴 한데,, 음악적으로 안정적인 느낌은 많이 들었습니다. 뭔가,, 그냥 음향 생각 안하고 듣게 되는 그런 믹스?”
“그래.. 뭐, 그런 이야기 자주 들어.. 물론 내 방향도 그렇긴 하고..”
“일단, 우리는 나도 그렇고, 김대리도 그렇고, 뭐,, 유학파라고 재는 건 아닌데, 인턴을 미국에서 했었거든,, 그래서 한국에서 어떻게 인턴이 일반적으로 되는지 잘은 몰라.. 게다가 내가 인턴이었을때는 90년대 초니까 지금하고는 좀 다르긴 하지”
“네..”
“하여간, 같이 재미있게 일했으면 해. 눈치가 조금 빠르면 더 쉽게 적응할꺼고, 상황보고 가능하면 나에게 직접 물어봐도 돼. 물론, 먼저 김대리에게 도움 요청하면 더 쉬울꺼고.”
“가만있자.. 김대리!”
“넵..” 부엌 정리하던 김대리가 뛰어왔다.
“김대리 인턴때 얼마씩 받았지?”
“아,, 많이 주셨죠.”
“내가?”
“뭐, 미국에서 인턴때 받았던 것 보다는 많다는 이야기죠. 오로지 기름값만 받았던 것에 비하면, 식대도 받았고, 하숙비도 냈으니까요”
“그랬구나.. 내 기억엔 난 기름값도 못 받았어, 인턴을 5명 뽑아서 전부 다 주지 못한다고 밥만 먹여주고.. 물론, 아티스트하고 프로듀서, 외부 엔지니어 팁이 짭짤했지”
“현지야.. 내가 25년 이쪽 일을 하면서 4명 정도 여성 엔지니어 감독님하고 일을 해 봤는데, 다 좋은 기억이 많아. 집중력도 최고고, 클라이언트 응대하는 것도 많이 배웠고,,, 현지도 그렇게 성장했으면 좋겠어. 나도 그런 것 보면서 최교수가 느꼈다는 보람을 느끼면 좋겠고.. 오케이?”
“네.. 감사합니다.”
“참, 우리 녹음실에는 자주 외국에서 전화도 오고, 직접 와서 녹음도 하니까,, 틈 나는데로 영어 공부도 해.. 아예 필요하면 말해, 요기 길 앞에 있는 영어학원이라도 끊어줄테니까.. 에이, 김대리에게 배워라.. 나보다 더 네이티브 수준이니까.. 난 다 까먹어서..”
“혹시 남친 있나? 뭐 다른 의미는 아니고,, 이쪽 일이 시간적 제약이 많긴 한데,, 가능하면 출퇴근 시간 지켜줄께..”
“네..”
“김대리에게 이런 저런 일 배우고, 물어보고 해.. 다행히 로봇청소기가 좋아서 청소는 많이 줄었을꺼야. 1시간 뒤에 정리하고 저녁 먹으러 가자.. 오늘은 파스타가 땡기네.. 좋아하지?”
현지 외에도 두 명이 인터뷰를 보러 왔는데, 한 친구는 담배 냄새가 좀 찐해서, 그리고 한 친구는 약간 태도가 불량스러웠다. 그래서 현지가 당첨되셨다. 그게 두 달이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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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6. 녹음실에서 연습을 하면,, 나야 땡큐지
장 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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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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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 이런 저런~
장 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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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호준 | 2025.01.17 | 0 | 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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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콩딱, 콩딱
장 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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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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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호준 | 2025.01.17 | 0 | 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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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소극장 공연,, 머리를 올린다~
장 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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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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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호준 | 2025.01.17 | 0 | 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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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스튜디오의 일상
장 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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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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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호준 | 2025.01.17 | 0 | 1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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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왜 콘솔에 이런저런 사람들이..
장 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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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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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호준 | 2025.01.17 | 0 | 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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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 단순노동, 그러나
장 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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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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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호준 | 2025.01.17 | 0 | 1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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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 업계에 벌어진 황당한... (실화)
장 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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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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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호준 | 2025.01.17 | 0 | 1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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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 4가지라..
장 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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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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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7. 가까운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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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 접지 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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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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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 인생의 이야기
장 호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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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4. 우울증은..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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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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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2.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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