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오늘도 무사히

Author
장 호준
Date
2025-01-17 15:13
Views
7
현지는 일요일이면 하우스 엔지니어로 중형 교회에서 일을 한다. 교회에서 자랐고, 찬양팀도 하고 그러다 전공을 음향으로 했다고 담당 전도사님이 목사님께 말씀드려서 알바겸해서 일하고 있다. 교회에서는 사역이라는 말로 하지만, 어디까지나 소정의 페이가 지불되니까 더더욱 짧은 실력을 최선을 다해서 섬기고 있다.
예배 시간 20분전에는 꼭 와서 사운드 체크를 해달라는데, 그게 잘 안된다. 아무리 진짜 프로 가수도 리허설 안하고는 무대에 절대 안 올라간다고 해도, 안 통하는 분들이 계신 곳이 교회다. 뭐,, 프로가 아니니까 그러시겠지.. 마이크 툭툭치고 ‘나오네’ 그러고는 소리 못잡아 준다고 난리치는 경우도 있다. 뭐, 다행히 디지털 믹서라서 그렇게 고생은 안한다. 시스템 설치한 회사에서 지원해 준 세팅 서비스에 어느 렌탈팀 실장님이 오셨었단다. 그렇게 세팅해놓은 씬을 불러서 큐에 맞춰 오퍼레이팅만 하고 있다.
컴프레서나 게이트 같은 부분을 잘 알면 좋을텐데.. 아직 자신이 없다. 살며시 걸어보면 반드시 피드백이 바로 온다. “현지야.. 컴프 걸지 말아줘.. 답답해서 죽겠다..”
학교 실습시간이 최교수님이 말씀해신 방법이 생각은 나는데 적용이 안된다. 프리셋 불러서 해보는데 어쩌다보면 괜챦은 것 같기도 하고, 맘에 드는 사운드 같은데 꼭 한 마디 듣는다. 뭘까? 스튜디오 출근해서 김대리님께 여쭤보니 본인도 이론은 알겠는데,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으시다고 한다. 대표님 같은 고수하시는 것 자꾸 보고 연구하는게 답이라 하신다. 내일이나 모레정도 밤에 남아서 세션 연구해봐야겠다.
대표님은 온라인에 있는거 뒤지지 말라고 하신다. 더 헤매게 만드는 정보들이 많다고.. 그러면서 온라인 스쿨을 알려주셨는데, 월급 받으면 시작해봐야겠다.
교회는 한 700석 정도 되는 공간이다. 벽돌벽으로 되어 있는데, 막귀인 내가 봐도 어쿠스틱은 전혀 고려 안되어 있다. 찬양팀 전도사님이 겨우 겨우 당회 허락받아 드럼쉴드를 폐쇄식으로 이쁘게 돈들어 했는데 그렇게 직접음이 줄어드니까 내 실력이 너무 들어난다. 쉴드하기 전 상태에서 메모리 해주신 발란스가 지금과는 전혀 안 맞아 고민이다. 뭘 좀 키우면 꼭 방송실 문을 두드리신다. 어떻게 하라고.. 차라리 우리 대표님을 고용하시던가..ㅠㅠ 아마 월급을 절대 감당 못하시겠지만..
페이더가 오동작 하는 채널을 겨우 진정시키며 2부 예배를 마쳤다. 아직 4부까지 2번 더 남았는데, 세수를 하고 와야겠다. 에어컨 있어봐야 소용없다. 기도시간이 권사님 고개를 마이크 아래에 숙이고 기도하신다. 하울링 마진이 없어서 못 키운다. 마이크 앞에 ‘마이크는 입아래 턱앞”이라 큰 글씨로 써놨는데 어쩔 수 없다.
방송실 옆벽에 액자가 있다. 어린 사무엘이 기도하는 모습하고 그 위에 ‘오늘도 무사히’라 써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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