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아이돌 믹스

Author
장 호준
Date
2025-01-17 15:14
Views
8
아이돌 그룹으로 분류되지만 나이에 걸맞지않게 실력을 가진 친구들이 왔다. 가상악기에 라이브 세션까지 해서 트랙 잘 만들고, 보컬도 오토튠에 박튠까지 깔끔하게 세션파일 만들어서 왔다. 기특하네..
“대표님, 저희 믹스 트랙은 안들어보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ㅎㅎ 아무리 저희하고 회사 감독님하고 시간들여 해봤는데,,, 믹스는 역시 전문가에게 맞기는 걸로 결론 내렸습니다.”
“그래요? 아주 바람직한 결론을 내리셨네.ㅎㅎ”
“네,, 가장 큰 이유는, 일단 만들어내면 평생가는 이유도 있고, 바로 월드투어 시작되는데 좀더 잘 만든 작품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지난번 앨범때는 유명하다는 미국 엔지니어에게 맡겼었는데, 사운드는 맘에 들었지만, 뭐랄까.. 남의 옷 입은 그런 느낌이 나서..”
“네.. 저도 그런 결론이 나면..ㅎㅎ”
“에이,, 대표님 작업 다 모니터 해봤습니다.”
기특한 청년들이네..
“그리고, 저희 공부를 위해서 세션도 그대로 주실 수 있다면 아주 감사하겠습니다.”
“아, 세션은 원래 그대로 드립니다. 누군 영업기밀 누출이라고도 하던데,, 뭐, 같은 음악을 다시 만드실 것 아니니까.. 그대로 적용한다고 같은 결과가 나올건 아니니까요.ㅎㅎ”
사실, 세션 파일 그대로 줘서 고정 고객이 된 경우도 있다. 스프같은 플러그인 열 몇개씩 트랙에 써가며 만드는 톤이 아니고, 완전 기본에 충실해 작업하기 때문에 범접할 수 없는 실력을 보셨다는 이유로.. 실은, 그게 더 엔지니어로는 불행한 현실이라는 생각에 찜찜하긴 하다. 그 기본을 안하는 경우가 많다라는 이야기니까..
“세션은 다 96kHz로 했습니다. 가상악기에 따라 업샘플해서 바운스 한 경우도 있구요. 이 친구가 하도 고해상도에 꼽혀서..” 기타리스트 멤버 옆구리를 찌르며 보컬인 친구가 이야기 한다.
“네. 특별히 상관은 없습니다. 김대리님, 이 세션은 지난 주 설치한 Thunderbolt 3 하드에 카피해줘,, 그냥 기분상으로 그게 좋을것 같네.”
“아, 240메가비트까지 스피드가 나온다죠?” 아는게 많은 보컬이네..
녹음실 뒷 골목 허름한 밥집에서 맛있게 김치찌게 아이돌 친구들하고 먹고 왔다. 주인 할머니가 누군지 모르시기에 진짜 밥만 딱 먹고 왔다. 물론, 녹음실 뒷문으로 다녀왔다. 정문쪽 계단은 나갈 구멍이 없다. 일본어도 들리고, 동남아쪽 언어도 들리고,,
아, 그래서 우리 현지가 오늘 이뻐보였구나. 뭔가 다르더라고,,
세션 준비 다 해준 김대리 덕분에 바로 믹스를 시작했다. 후다닥 30분 정도에 기본 레벨 발란스를 정리하고 세션에 대해 몇가지 이야기를 나눌려고 의자를 돌렸더니, 이 친구들 약간씩 상기되어 있다.
“저,, 대표님, 중간에 질문할려고 했는데,, 자꾸 매니저형이 꼬집어서..ㅎㅎ”
이런저런 기술적 질문을 늘어놨다. 깊숙하게 설명해줄려다가 너무 클래스 분위기 될까봐 그냥 나중에 세션 열어보고 투어 끝나고 와서 스터디 한번 하자고 하며 첫날 믹스를 마무리 지었다.
“여기저기에서 들어보시구요. 다 동의하고 마무리 한 곡이지만, 또 모르니까..”
“네.. mp3주시면 단톡방에 올려서 모니터 해보고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혹시 괜챦으시다면 바깥에 계신 팬분들 들어오시게 해도 될까요? 저희 스텝이 깔끔하게 뒷정리까지 하겠습니다. 하도 멀리서 오셔서 오래 기다린 분들이시라..” 매니저가 부탁하길래 그러라고 했다. 여기저기 같이 사진찍고, 방금 끝난 곡도 조금 들려주고, 웃고, 떠들고,, 재미있는 시간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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