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 카수 레코딩

Author
장 호준
Date
2025-01-17 15:15
Views
7
너덜 너덜 미싱질 엄청나게 하고 있다. 과장하면 두 음절 이상은 다 더빙 중이다. 뒤에서 계속 기획사 대표님은 담당 팀장을 쪼고 계신다. 왜 녹음실에 와서 연습하고 있냐고..
뭐, 하루 이틀 겪는 것은 아닌 스튜디오 라이프 중 하나다. 어쩌겠나? 가수의 노래 실력이 별안간 발전할 수 없으니까..
“자, 일단 표현에만 집중합시다.” 무슨 말이냐면 음정이야 멜로다인 돌리시겠다는 이야기이다. 박자도 박튠하면 되니까..
보통 기획사 내부 녹음실에서 보컬 녹음은 하게 된다. 시간이 많이 걸리니까.. 게다가 아이돌 그룹의 경우는 1인당 부르는 양이 얼마 안되지만 역시 시간이 많이 걸리고, 스케쥴이 바쁘고, 이런저런 이유로 그렇게 한다. 그런데, 가수분이 좁은 회사 녹음실이 싫다고 해서 오게되었다.
“감독님, 부쓰 안에 불을 꺼주실래요?” 디렉팅을 하고 있는 프로듀서가 비장의 카드를 꺼내는 것 같다.
“자, 가사는 다 외웠을테니까.. 불 꺼주고 누구도 그 안에서 뭔 일이 있는지 모르니까 신발을 벗던지 춤을 추던지 한번 맘대로 해봐.. 시간 좀 줄께”
옆에 있던 김대리가 잠시 기다려 달라고 한다. 부쓰내 CCTV가 적외선 촬영이 될 수 있으니까 끄겠다고.. 프로듀서가 고맙다고 하고, 그렇게 난리칠 준비를 했다.
불필요한 상상은 할 필요가 없지만, 어쨋건 의외로 비장의 카드가 먹혔다. 아마 옷을 좀 더 편하게 한 것 같다.
“아이고,, 뭔 향수를 그렇게 쓰시는지..” 김대리가 다 빠져나간 녹음실 정리를 현지하고 같이 하면서 한 마디 한다.
“그쵸? 여자인 제 코에도 좀 과하더라구요. 녹음실 오는데, 그냥 간편하게 하고 오시지..”
“오전에 행사 하나 하고 왔데.. 그런거지 인기 여가수인데.. 이해해,, 그래도 털털하쟎아.. 공주병도 안 걸려있고,, 가끔 그런 분 오시면 완전 미쳐”
“그래요?”
“그럼, 매니져하고 스타일리스트가 벌벌 떤다.. 마시는 음료수 따로 있고, 하다못해 수건도 들고오니까.. 우리야 편하지만 보기 좀 그래..”
“자,, 고갱님 뒷이야기는 그 정도 하고, 김대리하고 현지는 한 20분 쉬었다가 컨트롤룸으로 와라.. 공부시켜줄께”
까톡소리가 별안간 울린다. 보니 미수금 남아있는 기획사 대표다. 바로 전화 걸었다.
“대표님,, 잘 지내시죠?.... 네... 그럼 오실래요?... 네.네. 여기 길 건너 건물 지하.. 네.. 거기서 그럼 1시간 뒤에 뵙겠습니다.”
“이그,, 안되겠다. 왠일로 미수금 지불해주신다고 하네.. 요즘 방송에 자주 나오던데,, 어.. 일단 둘이서 공부해.. 끝나는데로 바로 올테니까.”
시간 맞춰 만나기로 한 바에 들어갔더니 왠일로 기다리고 계신다.
“아이고, 잘 지내셨습니까?”
“네.. 덕분에,, 연락 미리 못드려 죄송하네요. 요 몇달 좀 바빠서,, 제일 먼저 대표님 미수금 처리한다고 했는데, 늦어졌네요”
반년만의 역주행 덕분에 우리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앨범이 중박 정도 났단다. 아무래도 우선순위에서 약간 밀렸다고 죄송하다고 하면서 빳빳한 오만원권으로 뭉치를 전해준다.
“조금 더 넣었습니다. 뭐, 이자라 생각해주셔도 되구요.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실테니까.. 그냥 감사의 표시입니다. 여기서 한 잔 하고 저녁 대접하겠습니다. 김대리도 아직 스튜디오에 있죠?”
“그럼요. 대표님이 쏘신다면 좋아할겁니다. 아, 인턴도 합석해도 되겠죠?”
“아, 인턴이 또 들어왔나 보군요. 좋습니다. 확실하게 쏠 수 있습니다”
사실,, 그냥 잊으려고 노력했던 미수금이었는데, 로또 맞은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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