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지름신은 여전히 오심
Author
장 호준
Date
2025-01-17 15:17
Views
5
빈티지 콘솔을 구했다고 한번 봐달라는 연락이 지인에게서 왔다. 거하게 저녁 대접하겠다는 이야기에 마나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토요일 오후 차에 시동을 걸었다. 공구통 하나 일단 챙기고,,
벚꽃 축제가 난리인지, 결혼을 많이 하는지,, 주말 교통의 북새통을 뚫고 두시간만에 도착했다. 지하의 녹음실로 내려가보니 떡하니 48채널 프레임의 아주 낯익은 덩치가 기다리고 있다.
“오,, 정형,, 일단 겉보기는 좋은데요. 기껏해야 두세번 이동한 거 같네요”
마치 진품명품 음악이 들리는듯, 또 그 감정사가 된 기분으로 이곳 저곳 둘러본다.
“나도 이거 하나 구할려고 그렇게 노력했었는데.. 맘에는 드는건 역시 예산이 없고, 예산에 맞는 건 너무 안타까운 상태고,,ㅎㅎ”
비슷한 연배라 그냥 정형이라 부르는 대표님은 사실 녹음 엔지니어 출신은 아니다. 요즘 말하는 금수저급은 아니라도 은수저 정도되는 환경에서 자라서 별 걱정 없이 자기 좋아하는 기타에 빠져 살다가 그래도 대학 졸업장 따라고 하는 어머니의 협박에 미국 유학을 가서 공부하고 돌아왔었다. 워낙 한량 스타일이라 공연하거나 세션하는 건 체질상 안맞아 혼자 자기 좋아하는 음악하고 그렇게 살다가 부모님 돌아가시고, 유산으로 받은 건물 지하에 녹음실 차리고,, 그렇게 살고 있다. 치열하게 월세 걱정하는 나하고는 급이 다르겠지만, 워낙 오래 알고 지내고, 그리고 털털함이 잘 맞아 친구로 지내고 있다.
“그래서.. 어떤거 같아? 함 뜯어볼려?”
“자, 그럼 한번 열어봅시다..”
공구통 열고 전동 드릴하고 장갑을 꺼냈다. “정형은 일단 마른 걸레 좀 가져다 주시구요. 아, 작동하는 것은 보셨죠? 뭐, 특이사항이 있나요?”
“어,, 일단 전체적인 작동은 문제 없는 거 같고, 같이 간 우리 엔지니어가 마이크 연결해 채널 작동은 확인했어.. 몇년 어디 창고에 보관되어 있던 것 치고는 괜챦더라고, 아예 랩으로 잘 씨워서 보관하셨더라”
일단 전원부 먼저 확인했다. 테스타하고 스코프 연결해서 체크하고, 내부 먼지도 확인했다. 전자 전문가는 아니지만, 아주 오래전 공고 전자과 다니던 친구 영향받아 따놓은 전자 기능사 자격증이 기본은 할 줄 알게 만들었다. “전원부의 팬은 교체하죠. 노이즈가 좀 많네.. 요즘 하도 조용하고 성능좋은게 많이 나오니까.. 전원쪽은 괜챦은거 같네요. 뭐 탄내도 없고” 워낙 이 정도 믹서의 전원부는 대부분 따로 방을 만들어 잘 관리하니까 별 문제가 없다. 문제가 있어도, 부품 몇개 노화된 것 교체하면 잘 돌아간다.
콘솔 페이더 쪽을 일단 오픈해봤다. 뭐,, 역시 이정도 연식이라면 바닥에 노란색과 먼지가 깔려있다. 담배 꽤나 피웠나보네.. 페이더 상태를 보니까 빡빡한게 10개정도, 미리 모터 고장난게 5개인가라고 했으니,, 그거만 교체하면 될 것 같다. 채널 스트립으로 가보니까,, 아무래도 리캡한지 오래된 표시가 난다.
“정형, 이거 그래도 좀 오래 쓸꺼죠?”
“그치,, 왜?”
“그러면, 아예 리캡을 다 합시다. 저는 못하구요. 제가 아는 기사님에게 요청할께요.”
“리캡? 그게 뭐야?”
“아,,ㅎㅎ 기판에 있는 컨덴서를 다 교체하는 겁니다. 컨덴서라는 것이 아나로그 콘솔 기능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품이거든요. 이게 건전지처럼 전기를 충전하는 역할을 해서 수명이 제한적입니다. 그렇다고 배터리처럼 그냥 용량 맞는 걸로 바꾸면 되는게 아니고, 믹서마다 적합하다고 결론내려진 부품들이 따로 있어요. 그래서, 그걸 교체하는 작업이 리캡이라고 합니다.”
“아,, 그 뭔가 해야한다고한 것이 그거였네..”
“네.. 그냥 무시하고 쓰면,, 꼭 뭔가 사운드가 변합니다. 위상이 틀어질 경우도 있구요. 찌그러질 수도 있고,,”
“아,, 그럼 일단 기사님 모셔줘,, 비용이 들어도 할껀 해야지”
제한된 내 실력으로 뭔가 확실한 평가를 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지불하셨다는 가격에 비하면 꽤 괜찮은 콘솔이다.
“정형,, 쓰다 질리면 나줘야돼~”
“ㅎㅎ 그럴께,, 얼마 받아야 하나?”
“뭘,, 정형이 나한테 돈 받을려고,, 그냥 잊어버렸다 생각하고 줘~”
“그래,, 기분이다. 한 10년 뒤에 줄께”
“10년? 에이.. 지금도 30년 넘은 콘솔인데..ㅋ, 정형, 닭갈비나 먹으러 가자. 이 동네 오니 옛날 기억나네..”
벚꽃 축제가 난리인지, 결혼을 많이 하는지,, 주말 교통의 북새통을 뚫고 두시간만에 도착했다. 지하의 녹음실로 내려가보니 떡하니 48채널 프레임의 아주 낯익은 덩치가 기다리고 있다.
“오,, 정형,, 일단 겉보기는 좋은데요. 기껏해야 두세번 이동한 거 같네요”
마치 진품명품 음악이 들리는듯, 또 그 감정사가 된 기분으로 이곳 저곳 둘러본다.
“나도 이거 하나 구할려고 그렇게 노력했었는데.. 맘에는 드는건 역시 예산이 없고, 예산에 맞는 건 너무 안타까운 상태고,,ㅎㅎ”
비슷한 연배라 그냥 정형이라 부르는 대표님은 사실 녹음 엔지니어 출신은 아니다. 요즘 말하는 금수저급은 아니라도 은수저 정도되는 환경에서 자라서 별 걱정 없이 자기 좋아하는 기타에 빠져 살다가 그래도 대학 졸업장 따라고 하는 어머니의 협박에 미국 유학을 가서 공부하고 돌아왔었다. 워낙 한량 스타일이라 공연하거나 세션하는 건 체질상 안맞아 혼자 자기 좋아하는 음악하고 그렇게 살다가 부모님 돌아가시고, 유산으로 받은 건물 지하에 녹음실 차리고,, 그렇게 살고 있다. 치열하게 월세 걱정하는 나하고는 급이 다르겠지만, 워낙 오래 알고 지내고, 그리고 털털함이 잘 맞아 친구로 지내고 있다.
“그래서.. 어떤거 같아? 함 뜯어볼려?”
“자, 그럼 한번 열어봅시다..”
공구통 열고 전동 드릴하고 장갑을 꺼냈다. “정형은 일단 마른 걸레 좀 가져다 주시구요. 아, 작동하는 것은 보셨죠? 뭐, 특이사항이 있나요?”
“어,, 일단 전체적인 작동은 문제 없는 거 같고, 같이 간 우리 엔지니어가 마이크 연결해 채널 작동은 확인했어.. 몇년 어디 창고에 보관되어 있던 것 치고는 괜챦더라고, 아예 랩으로 잘 씨워서 보관하셨더라”
일단 전원부 먼저 확인했다. 테스타하고 스코프 연결해서 체크하고, 내부 먼지도 확인했다. 전자 전문가는 아니지만, 아주 오래전 공고 전자과 다니던 친구 영향받아 따놓은 전자 기능사 자격증이 기본은 할 줄 알게 만들었다. “전원부의 팬은 교체하죠. 노이즈가 좀 많네.. 요즘 하도 조용하고 성능좋은게 많이 나오니까.. 전원쪽은 괜챦은거 같네요. 뭐 탄내도 없고” 워낙 이 정도 믹서의 전원부는 대부분 따로 방을 만들어 잘 관리하니까 별 문제가 없다. 문제가 있어도, 부품 몇개 노화된 것 교체하면 잘 돌아간다.
콘솔 페이더 쪽을 일단 오픈해봤다. 뭐,, 역시 이정도 연식이라면 바닥에 노란색과 먼지가 깔려있다. 담배 꽤나 피웠나보네.. 페이더 상태를 보니까 빡빡한게 10개정도, 미리 모터 고장난게 5개인가라고 했으니,, 그거만 교체하면 될 것 같다. 채널 스트립으로 가보니까,, 아무래도 리캡한지 오래된 표시가 난다.
“정형, 이거 그래도 좀 오래 쓸꺼죠?”
“그치,, 왜?”
“그러면, 아예 리캡을 다 합시다. 저는 못하구요. 제가 아는 기사님에게 요청할께요.”
“리캡? 그게 뭐야?”
“아,,ㅎㅎ 기판에 있는 컨덴서를 다 교체하는 겁니다. 컨덴서라는 것이 아나로그 콘솔 기능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품이거든요. 이게 건전지처럼 전기를 충전하는 역할을 해서 수명이 제한적입니다. 그렇다고 배터리처럼 그냥 용량 맞는 걸로 바꾸면 되는게 아니고, 믹서마다 적합하다고 결론내려진 부품들이 따로 있어요. 그래서, 그걸 교체하는 작업이 리캡이라고 합니다.”
“아,, 그 뭔가 해야한다고한 것이 그거였네..”
“네.. 그냥 무시하고 쓰면,, 꼭 뭔가 사운드가 변합니다. 위상이 틀어질 경우도 있구요. 찌그러질 수도 있고,,”
“아,, 그럼 일단 기사님 모셔줘,, 비용이 들어도 할껀 해야지”
제한된 내 실력으로 뭔가 확실한 평가를 하긴 어렵지만, 그래도 지불하셨다는 가격에 비하면 꽤 괜찮은 콘솔이다.
“정형,, 쓰다 질리면 나줘야돼~”
“ㅎㅎ 그럴께,, 얼마 받아야 하나?”
“뭘,, 정형이 나한테 돈 받을려고,, 그냥 잊어버렸다 생각하고 줘~”
“그래,, 기분이다. 한 10년 뒤에 줄께”
“10년? 에이.. 지금도 30년 넘은 콘솔인데..ㅋ, 정형, 닭갈비나 먹으러 가자. 이 동네 오니 옛날 기억나네..”
Total 0
Total 76
Number | Title | Author | Date | Votes | Views |
76 |
76. 녹음실에서 연습을 하면,, 나야 땡큐지
장 호준
|
2025.01.17
|
Votes 0
|
Views 26
|
장 호준 | 2025.01.17 | 0 | 26 |
75 |
75. 이런 저런~
장 호준
|
2025.01.17
|
Votes 0
|
Views 17
|
장 호준 | 2025.01.17 | 0 | 17 |
74 |
74. 콩딱, 콩딱
장 호준
|
2025.01.17
|
Votes 0
|
Views 18
|
장 호준 | 2025.01.17 | 0 | 18 |
73 |
73. 소극장 공연,, 머리를 올린다~
장 호준
|
2025.01.17
|
Votes 0
|
Views 21
|
장 호준 | 2025.01.17 | 0 | 21 |
72 |
72. 스튜디오의 일상
장 호준
|
2025.01.17
|
Votes 0
|
Views 17
|
장 호준 | 2025.01.17 | 0 | 17 |
71 |
71. 왜 콘솔에 이런저런 사람들이..
장 호준
|
2025.01.17
|
Votes 0
|
Views 18
|
장 호준 | 2025.01.17 | 0 | 18 |
70 |
70. 단순노동, 그러나
장 호준
|
2025.01.17
|
Votes 0
|
Views 14
|
장 호준 | 2025.01.17 | 0 | 14 |
69 |
69. 업계에 벌어진 황당한... (실화)
장 호준
|
2025.01.17
|
Votes 0
|
Views 18
|
장 호준 | 2025.01.17 | 0 | 18 |
68 |
68. 4가지라..
장 호준
|
2025.01.17
|
Votes 0
|
Views 15
|
장 호준 | 2025.01.17 | 0 | 15 |
67 |
67. 가까운 미래~
장 호준
|
2025.01.17
|
Votes 0
|
Views 13
|
장 호준 | 2025.01.17 | 0 | 13 |
66 |
66. 접지 쫌
장 호준
|
2025.01.17
|
Votes 0
|
Views 12
|
장 호준 | 2025.01.17 | 0 | 12 |
65 |
65. 인생의 이야기
장 호준
|
2025.01.17
|
Votes 0
|
Views 13
|
장 호준 | 2025.01.17 | 0 | 13 |
64 |
64. 우울증은.. 약?
장 호준
|
2025.01.17
|
Votes 0
|
Views 14
|
장 호준 | 2025.01.17 | 0 | 14 |
63 |
63. 튠,, 튠,,
장 호준
|
2025.01.17
|
Votes 0
|
Views 12
|
장 호준 | 2025.01.17 | 0 | 12 |
62 |
62. ㅋㅋ
장 호준
|
2025.01.17
|
Votes 0
|
Views 12
|
장 호준 | 2025.01.17 | 0 | 1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