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공연 준비~

Author
장 호준
Date
2025-01-17 15:23
Views
11
덥다. 반팔입어 상처나지 말라고 입게하는 긴팔 작업복 입고, 장갑끼고, 긴 바지에 작업화, 그리고 헬멧까지 쓰면 진짜 덥다. 이번에 대표님이 들여오신 신형 라인어레이는 다행히 리깅하기 너무 쉽게 되어 있어서, 그냥 바닥에줄 맞추어 세워놓고 뚜껑열고 탁탁 연결한 다음 호이스트 걸어서 스위치 누르면 좌악 올라간다. 전원 케이블하고 시그널 케이블까지 연결해서 올려버리고, 팀장님이 계산해서 적어주신대로 핀만 각도 맞춰 꼽으면 끝난다.
“야,, 니들 참 좋은 세상에 산다. 허리 보호대 찬 놈도 한 놈 없이 일하고,, 하긴 허리에 무리될 일 자체가 없으니..ㅉㅉ”
팀장님 자주 하는 레파토리다. 리프트 게이트도 없는 트럭 타고 다니던 시절, 아예 라인 어레이 없이 무게로 승부하던 완전 풀레인지 괴물을 아시바에 올라가서 끌어 올리던 시절 이야기도 하신다. 뭐, 진짜 힘드셨겠다라는 정도 이야기 밖에 우리 쫄병들은 하지 못하지만,,,
“민혁아”
“넵”
“차에 가서 리던던시 파워 서플라이 하나 더 가져와라.. 아무래도 전기가 불안하다”
야외 공연 경우에 아무리 발전기를 독립적으로 써도 어느정도 불안감이 있으시다는 팀장님의 지시에 여분으로 가지고 다니는 파워 서플라이를 하나 더 챙기러 트럭으로 갔다.
차 뒤 그늘쪽 차양 설치해놓은 곳에서 신대리님이 커피 한잔 하시면서 뭔가 체크하고 계셨다. 팀장님 오더 말씀 드리고 가져오신 랙 하나 끌고 오려는데 한 말씀 하신다.
“민혁아, 팀장님 뭐하시니?”
“네. 시스템 설치가 다 끝나서 콘솔 미리 세팅 하시던 것 같았습니다”
“에이,, 아직 사운드 체크 할려면 2시간도 더 남았는데,, 슬슬 하시지.. 막 쪼셨지? 서두르라고?”
“ㅎㅎ 뭐, 늘 그렇죠. 미리 미리 준비하시는 스타일이시니까요”
“그래,, 그래야 나중에 좀 쉬며 일하지.. 잘 배워놔 좋은 분이셔”
“넵”
“그래, 가는 길에 저기 냉장고에 있는 하드 몇개 가져가라”
우리 회사는 작은 냉장고를 아예 들고 다닌다. 그것도 케이스에 잘 넣어서,, 언젠가 외국 잡지에 나온 외국 투어링 팀 사진 보다가 대표님이 지시해서 만들었다고 하신다. 케이스 열면 아래쪽에 냉장고, 위에 커피머신, 컵, 과자 박스, 컵라면이 있고, 따로 생수통까지 가지고 다닌다. 물론 더 작은 사이즈 냉장고가 이미 FOH 콘솔 옆에 설치되어 있긴 한데, 아직 차갑지 않아서 내용물을 채워넣지 않았다.
렌탈비용이 점점 내려가는 상황에서 더 투자할 의미가 절대 없다고 대표님이 말씀 하시지만, 그래도 같이 잘 살아보자고 돈을 잘 쓰고 계신다. 절대 부자가 아니신거 같은데.. 집도 전세라시는 것 같고, 차도 한 10년 넘은거 같은 빈티지급의 중고 외제차, 아마 시세로 치면 한 3백만원 갈까? 그래도 DIY하신다고 늘 자부심이 충만하시다. 하여간, 일하는 재미가 있는 회사라 다행이다. 학교 동기들 일하는 회사들하고는 차이가 많아서..
리던던시용 파워 서플라이 가져가서 설치까지 끝내고 팀장님 옆에 조신하게 앉았다.
“신대리가 가져다 주던?”
믹서 앞 의자 뒤로 넘기며 기대서 고개 돌려 말씀하신다. 물론 하드는 어느새 입에 물고,,
“네, 여기 냉장고 아직 비었다고,, 드리라고 하시더라구요. 저는 더워서 오면서 먹었습니다.ㅎㅎ”
“그래,, 덥다. 발 아래 선풍기가 별로 도움이 안된다. 저기 내 가방 열어보면 아이스 팩있어, 냉장고에 넣어 줄려? 몇개 있으니까,, 나중에 차가워지면 목에 걸자고”
어디서 구하셨는지 길다란 젤 타입의 아이스 팩을 챙겨오셨다. 시원하겠네..
공연까지는 아직 5시간, 사운드 체크는 이제 한 시간 정도 뒤에 시작하는 것 같다. 악기 렌탈회사를 말하는 백라인 회사가 이미 악기 설치도 완료했고, 무대옆 RF팀장 박대리님도 한가해 보이시는 것 보니 준비가 다 끝난 것 같다. 특수효과 회사에서 물대포까지 설치하시던데,, 뭐 이미 우리쪽 장비 중요한 곳은 방수커버 완료한 상태고, 주최측에서 스태프 글자 선명한 비옷도 가져다 줬다.
불연듯,, 월드컵 경기장 관객석만 바라보던 경비요원들의 모습이 떠오른다. 내 신세가 뭐 그런거지.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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