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에이.. 일이나~

Author
장 호준
Date
2025-01-1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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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을 설쳐서 4시에 일어났다. 아빠와 한 바탕한 부분도 있고, 계속 마음에 조급한 마음도 들고,, 그래서 그랬나보다. 더 자봐야 뭐겠나 싶어서 일찍 나왔다.
4:30분... 이 새벽 시간인데도 버스는 빈 자리가 없다. 대부분 우리 부모님 연세 즈음한 어르신들, 학원에 가는 듯한 청년들,,
5:40분 회사에 도착했다. 보안카드로 문 열고 바로 창고로 향한다. 맘이 복잡할때는 역시 케이블 정리가 최고다.
창고 구석에 놓여 있는 박스에는 수리가 필요하거나, 폐기해야할 정도로 지저분하거나, 아님 바빠서 그냥 묶음으로 넣어 놓은 케이블이 가득하다. 팀장님의 ‘케이블은 소모품이다. 하지만, 중요한 부품이다’라는 좌우명이 박스 뚜껑 안에 큼지막하게 써있다.
일단 헝클어져 꽈리 틀고 있어서 난리가 난 머리카락같은, 그렇지만 아주 무거운 덩어리 하나를 꺼냈다. 그리고 일단 툴툴 조여져 있는 부분들을 헐겁게 만들기 시작한다. 장갑 하나 끼고 이리 저리 풀어가다 보면 어느새 정리가 된다. 아무 생각 없이 하긴 아주 좋은 작업이다. 박대리님이 자주 말하셨던, 인생도 그런 법이다라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안 풀릴 매듭은 없다는 것이겠지. 아님 못 넘을 산도 없다라는 거고,,
행사 진행쪽 담당자들이나 장비만 렌탈나간 경우, 아무 생각없이 전기테입이나 청테입으로 말아버리거나 고정해서 끈적거리는 부분도 많다. WD-40 뿌리고 잘 닦아내면 깨끗해진다. WD-40자체도 끈적거리기 때문에 잘 닦아내야만 하지만, 그래도 간단하게 해결하는 방법이다. 물론, 스티커 제거액 같은 걸로 때어내기도 한다.
7시가 되었다. 케이블은 다 정리했고, 접불난 케이블만 따로 모아놨다. 이따 오후에 박대리님하고 같이 해야겠다. 그래도 잠은 안온다. 아니 다 달아나버렸다. 강제로 자면, 아마 하루 종일 헤롱댈거 같다.
커피 한 잔 뽑아들고, 창고 뒷편 설치된 간이 믹스룸으로 향했다. 공부나 하자.
콘솔에 전원을 넣고, 플레이백 전용으로 쓰고 있는 랩탑을 키고, 콘솔의 입력을 단테로 바꾼다음, DAW에 올려진 라이브 멀티 트랙을 틀어본다.
대강 페이더를 다 올려봤다. 뭐 부터 할까.. 대강 그림을 먼저 그려보라고 학교에서 배우고 그렇게 실습도 하긴 했는데,, 이 그림을 그린다는게 어렵다. 딴 방법이 없나? 보컬 중심으로 하라고 하셨던 교수님도 계셨고, 반주 다 만들고 보컬을 얹으라는 감독님도 계셨고,,
30분 정도 지나보니 그냥 대강 음악의 틀은 만들어지는 것 같다. 이게 맞나?
“어, 일찍 왔네,, 공부하고 있었구나?” 어느새 박대리님이 뒤에 계셨다.
“아,, 네.. 아침에 일찍 깨서 그냥 빨리 나왔습니다. 나오고 보니까 5시 40분인가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케이블 박스 정리하고, 좀 전에 시작했습니다. 근데, 역시 어렵네요”
“오,, 그렇구나.. 케이블 불량 많지?”
“일단 불량품은 따로 모아놨구요. 꽈리 틀어있던 것들만 정리했습니다. 끈끈이 떼고”
“ㅎㅎ 잘 했네.. 이젠 척척 알아서 일을 하는구나..”
“근데요.. 어떄요? 한 30분 만져보니까 이 정도 사운드가 나오는 것 같은데,, 이게 라이브 음원이라 더 힘든것 같습니다. 학교다닐때야 스튜디오 멀티니까 그냥 대강 맞춰도 뭔가 그림이 그려졌는데”
“라이브라 현장 잡소리도 많고, 연주도 일정하지 않고,, 그렇다는 이야기지?”
“아,, 네.. 그런거죠”
“팀장님 표현도 그렇고, 내 생각도 그런데,, 라이브나 스튜디오나 똑같다고 보고 공부해봐, 앰프 뒷단이 다른거지 그 전 단계는 동일해야 한다는 것이니까”
“흔히 라이브는 그냥 한번 듣고 지나가버리기 때문에 그냥 사고 안나는 데에만 집중하라고 하지. 소리에 대한 평가도 워낙 다양하니까.. 사람들마다 입맛이 너무 달라서,, 누군 콘솔에 와서 수고하셨다, 사운드 너무 좋았다라고 하기도 하지만, 동일한 공연이 음향상태가 안좋아서 어쩌고 저쩌고 라고 기사가 나기도 하니까.. 근데, 실제는 엔지니어가 더 잘해야되는 것은 맞는 이야기인거 같아.. 레코딩만 평생가는 것이 아니거든, 라이브 역시 돈내고 공연장 와서 즐기고 가는 관객들 머릿속에 평생 남을 수도 있으니까..”
“네.. 그렇죠.. 아,, 갈 길이 머네요...”
“나도 아직 갈 길이 멀어.. 근데, 재미있잖아.. 신나게 하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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