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 어쨋건 영업을~

Author
장 호준
Date
2025-01-17 15:30
Views
10
참 신경 쓰이게 만드는 사람이다. 그렇게 잘 알면 자기가 다 하지 뭐하러 돈 버리면서 녹음실 와서 일을 맡기나? 한 두해 이런 일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경력이 쌓이는 선수일 수록 혼자 할 수 있는 뭔가 보다는 여럿에서 나오는 빠워를 더 기대하긴 하는데.. 이 선수의 경우는 딱 그 예외의 경우이다. 이미 저작권 수입으로 아무것도 안해도 아마 손자까지 풍족하게 살거라 생각이 되고, 그냥 그래서 나라면 은퇴하거나 여행 다니며 돈 쓰는 재미로 살 것 같긴한데, 이 싸람의 경우는 뭔가 일 중독이라는 진단만 나온다.
“감독님,, 제가 싫죠?” 꼭 이 따위 이야기까지 해서 속을 한번 뒤집는다.
“네? 설마요~” 아주 자연스러운 미소를 띄우려 노력한다. 그러면서 살짝 김실장을 쳐다본다. 김실장 표정이 묘하다. 아, 더 웃어야 하는가 보구나..
“죄송한데, 한번만 더 가보죠. 보컬 발란스는 아주 좋습니다. 딱 코 앞에 나와 있어서 몰입도가 최고입니다. 근데.. 이미 오토메이션 다 해놓은 것이니까요. 0.5dB정도 전체 보컬을 내려서 하나 더 떠봐주시면 좋겠습니다.
‘네.. 제가 써비스로 세션파일 그대로 드릴테니까, 댁 작업실에 가셔서 10번이라도 더 하시죠. 아니 한 스무번 하시면 맘에 드시겠네요’
물론, 속으로 후다닥 해버린 말이다.
“넵. 혹시, 보컬에 걸린 딜레이를 약간 줄여볼까요? 1dB 정도?”
“네… 그것도 좋은 아이디어인 것 같습니다. 혹시 두개를 따로 해주실래요? 먼저 0.5dB줄인거, 그리고 거기에 딜레이 줄인거. 이미 충분히 들었으니까, 그리고 현재 버젼도 바운스 해주셨으니까, 오프라인 바운스 하셔도 됩니다. 너무 죄송해서”
“천만에요.. 이 대표님 부탁이라면 재 믹싱 할 수도 있습니다. 밤 새워도 되죠.. ㅎㅎ”
“에고,, 너무 속 보이게 말씀하시지 마시구요.ㅋㅋ 이거 마치고 다 저희 팀하고 같이 나가시죠. 제가 치맥 쏘겠습니다” 눈치도 빠르셔..
두 번의 바운스를 속전속결로 끝내고, 프로듀서 데스크에 좌르르 펼쳐두신 편곡보에 하드, 이런저런 개인 장비들 다 치우시는 동안 우리의 김실장 커플도 세션 후다닥 정리하고 마무리 했다. 물론, 둘은 그냥 데이트 보내고..
바로 옆 건물에 자그마한 바가 있는데, 거기 방 하나 잡았다. 이런 저런 이야기 하고, 3개월 뒤에 데뷔한다는 걸그룹 마무리 작업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이것 저것 먹고 있었다.
“대표님”
녹음실에서와는 다르게 나긋나긋한 톤으로 부르신다.
“네..”
“이번에 제가 너무 힘들게 해드린 것 아닌가 모르겠습니다”
“에이, 전혀 안 그렇습니다. 되려 꼼꼼하게 작업하시는 것이 저는 더 편하던데요.”
“그래요? 아이고,,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다행이구요. 제가 하도 이 바닥에 찐드기라 소문이 나서요. 한번 시작되면 딱 달라붙어서 끝까지 간다고.ㅎㅎ”
에이, 아니 다행이다.
“사실, 서울 바닥에 이제는 기댈 감독님이 몇 분 안됩니다. 다들 전화하면 뭔 스케쥴이 바쁜지 대놓고 피하네요. 의외로 저 같은 사람들이 눈치는 칼인데..ㅎㅎ 그렇다고 그냥 제가 해버리기는 너무 사운드가 안 나오고, 해마다 한 두명 회사에 엔지니어 뽑긴 하는데,, 주로 박튠과 오토튠 전문 엔지니어들로만 양성하는 형편이라서요.ㅠㅠ”
“네..” 별로 해드릴 이야기가 없다.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시는데..
“근데, 지난 번 2번 작업한 것하고 이번에 한 작업까지 3 작품을 대표님 식구들하고 해봤는데,, 저는 너무 감사하고 고마워서요”
약간씩 혀가 꼬이는 발음이 들리긴 하지만, 아직 들어줄만 하다.
“그래서요. 아예 괜챦으시다면 저희하고 일종의 협약을 하면 어떨까 합니다. 괜챦으시죠?”
잠시, 한 손에 들었던 치킨을 멈췄다.
“네.. 그러면 저희 녹음실은 감사하죠”
무슨 지옥의 오디션 통과한 것도 아니고,, 뭐, 하긴 그런 셈이긴 하다. 단련된 나도 몇 차례 욱 할뻔 했으니까.. 지난번 김실장이 열받아 했던 그 믹스도 이 대표님의 기획사 앨범이었다.
“일단, 저희가 현재 협력하고 있는 두 곳이 더 있는데요. 그 중 한 곳은 이번 달로 정리할려고 합니다. 저희 쪽 문제가 아니고, 그 녹음실이 문을 닫는다고 합니다. 뭐, 진짜 닫는지는 모르겠구요.ㅎㅎ 저에겐 그렇게 말하더라구요”
이미 나는 알고 있는 이야기다. 그 문 닫는다는 한 곳이 내 고등학교 후배 녹음실니까.. 그저께 다른 일로 이야기 하다가 다 들었다. 결제는 최고인데, 스트레스도 최고라고,,
뭐, 그런 스트레스는 얼마든지 환영이다.
“자,,,” 술 기운이 좀 들어가셨나보다.
“오늘부터 우리 회사하고 대표님 녹음실이 1일입니다. 한번 끝까지 가보자구요.” 그렇게 건배하고 러브샷도 한번 하고,, 그렇게 노래방까지 갔다.
0.5dB를 못 참았더라면 어땠을까? 내일 김실장하고 현지에게 이야기 해줘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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