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ㅋㅋ

Author
장 호준
Date
2025-01-17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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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을 떠나며 3년 정도 사귀던 여친과 이별을 했다. 한국에서 2학년을 마치고 군대까지 같이 했던 시간인데, 하도 결혼 적령기라 말씀하시던 여친 부모님의 조금 빠른 성급함이 그런 결과를 만들었다. 물론, 군대 기간 벌어진 서먹함도 영향이었고, 조금 꼼꼼한 내 성격이 그녀를 지치게도 했을 것이다.
괜찮은 대학, 괜찮은 전공 때려치고 레코딩 공부하러 떠난다는 부분에 대한 어두운 비젼도 그 이유였으리라.. 유학기간, 1년의 인턴기간 진짜 죽을 각오로 지냈다. 캠퍼스 내내 풍기는 청춘의 향기와 바람도, 천문학적 유학비용의 비용에 대한 부담으로 그렇게 실습실과 기숙사, 그리고 알바에 치여 살았었다. 간간히 연애 코스프레 정도는 해봤지만, 20불 이내의 데니스 정도 음식과, 한물 간 영화 상영하는 동네 극장 정도의 여유에 한 두번 이상의 데이트는 불가능했다. 그래서 더 공부밖에 할 일이 없었다. 평점 3.8.. 영어가 모국어가 아니고, 그리고 진짜 어려운 몇 과목들이 남들 우습게 이야기 하는 평점 4.몇의 우등생은 만들지 못했지만,,, 그렇게 유학을 했다.
돌아와서 자리 잡으려 엄청 노력했다. 유학다녀온 고학력이지만 실무 경력이 딸리니 렌탈회사나 기획사 스튜디오는 서로 불편했다. 세 군데 정도 그렇게 해메다 김대표님을 우연히 소개 받아서 이렇게 일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인턴으로 들어온 현지도 만나게 된것이고.. 물론 맹세코 첨부터 사귀고 어쩌고 할 의도는 없었다. 그냥 잠시 머물고 갈 친구라고만 생각했으니까.. 그 전에 그랬던 애들처럼.
가끔 대표님이 놀리는 건지 일부러 그러는 건지, 노총각에 접어 들기 전에 서두르라는 의미로 심부름도 같이 보내고, 작업도 같이 하라고 했지만,, 그냥 괜히 치근덕 거린다 느낄 수 있는 행동은 일절 삼가했다. 진짜 딱 눈에 딸 만큼의 거리도 유지했다. 뭐랄까.. 그냥 곱게 자란 이쁜 친구 안 다치게 만들고 싶다는 그런 생각? 아님 그냥 내 현재 주소가 전혀 시간적, 정신적 여유가 없다라는 자각을 먼저 해서 그랬을 수도 있다. 부모님이 담보 대출해주셨던 유학비용을 빨리 갚는게 우선이었고, 일 배우는 재미가 더 많았기도 했다.
그러나, 운명이라 우기고 싶은 그런 순간들이 찾아왔고, 나도 모르게 손을 잡고, 시간을 나누고, 마음을 나누는 그런 사이가 되었다.
“그래서,, 오빠는 유학기간 중에 여친 없었냐고?”
저녁 세션이 취소되어 오랫만에 저녁 먹고 소파 편한 카페에 앉아있다.
“소개팅은 몇번 했어, 근데,, 다들 저녁 한끼 때우자고 나온 티가 너무 나고, 나도 그런 거 보면서 되려 더 심란하고,, 그래서 그만 뒀어.. 금발에 이쁘장한 애들이 뭐 나한테 관심있었겠니..ㅎㅎ”
“ㅎㅎ 그랬구나..”
“한번은 진짜 그냥 나올려다 그래도 소개해준 친구 생각해서 참았는데, 계속 전화기 두드리고 문자하고,, 에티켓은 두고 왔는지,, 그래서 한 마디 해줬다.”
“뭐라고?”
“시간내서 나와줘서 고맙다, 부리또 좋아하니? 난 그거 먹을건데”
“그랬더니?”
“동양인이니까 분위기 좋은 일식집가서 스시 정도는 먹을꺼라 생각했나 보더라고, 그 동네 스시집 가면 기본이 이것 저것 해서 1인당 30불 나가는데, 그 돈이면 쌀이 몇달치다.. 하여간, 적당히 둘러대더니 가더라고.. 그런 애들 학교에 많았어.. 백치미 풀풀나고 공주병 있어서 뭐,, 나도 그다지 어떤 기대는 없이 그냥 대화상대 겸 영어공부겸... 그러잖아,, 다들.. 어학을 빨리 배울려면 연애를 하라고..”
사실,, 일부 백인애들은 동양인에 대한 우월감 같은 것이 무의식적으로도 나온다. 물론, 안 그런 애들이 더 많았지만, 평생 검은 머리를 처음 본다는 이야기도 듣고, 김치 먹은지 반년이 넘었는데도 마늘냄새 난다고 농담 아닌 농담도 듣고 그랬다. 세상에 쉬운게 어디있겠냐만.. 그렇게 유학 생활을 보냈었다. 남들 다 그런것 처럼..
“내가,, 그래서 너 유학 갈꺼라면 같아 가겠다고 하는거다. 나도 덩달아 공부 좀 더 하고,,”
실은,, 서른 넘어가버린 이 나이에 또 여친 만들어 어쩌고 할 엄두도 못내겠지만, 이 친구 하는 행동이나 맘 씀씀이가 아깝다는 생각이 더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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